훈훈한 결론

Posted by on Aug 19, 2017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논문쓰기 강의를 한 학기 쉬게 되었는데 마음이 허하다. 대신 한번 하고 말 것이 뻔한 과목들이 들어섰다. 이른바 ‘전문강사’의 힘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시간과 경험의 축적이 빚어낸 디테일에 있다. 세분화에 세분화를 거듭하는 시대, 공부는 더더욱 넓어져야 한다고 믿지만, 밥벌이를 위한 공부는 그래서는 안되는 것 같다. 할 줄 아는 게 꽤 되는 것 같지만 정작 잘 하는 건 없는 상황. 더 심각해지기 전에 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하다. (아 이렇게 바람직한 결론이라니.)

연구 re-search

Posted by on Aug 19, 2017 in 과학, 단상, 말에 관하여 | No Comments

re-search n. 다시-찾음. 내가 알고 있는 바, 상식, 혹은 기존 가설이 옳다는 가정을 넘어 새로운 목적지를 설정하고 이를 찾아가는 일. 목적지에 도달하면 지나온 길을 뒤로 하고 또 다른 탐험에 나서기. 계속 찾는 과정. 언제까지나 ‘re-‘에 천착하는 일.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큰 비극과 작은 비극

Posted by on Aug 17, 2017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누군가를 사랑할 힘이 아니라 이용할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시대의 비극이라면, 그 ‘누군가’에 자신도 포함된다는 것을 모르는 삶은 각자의 비극이다. 큰 비극은 작은 비극의 컨텍스트가, 작은 비극은 큰 비극의 텍스트가 된다.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생각하는 사물의 등장

Posted by on Aug 14, 2017 in 강의노트, 단상, 수업자료 | No Comments

<생각하는 사물의 등장> (임완철 지음,지식노마드, 2017)

사물인터넷, 수퍼커넥션, 인공지능의 부상, 소위 ‘4차 산업혁명’의 시대 등.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교육과 관련하여 논의한 책을 찾아보긴 쉽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90년대 중반부터 20년 넘게 실무와 연구를 병행해 온 저자의 책을 만나게 되어 반가운 마음입니다.

저자는 “생각하는 사물이 서로 소통하게 되는 시대, 교육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천착합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확보한 ‘생각하는 사물’이 스스로 학습하게 된다면,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학습해야 할까?”라는 질문입니다. 이는 곧바로 다음의 (다소 섬뜩한) 질문으로 연결되죠.

“‘생각하는 사물’이 우리의 생각에 영향을 준다면, 우리는 생각하는 사물의 영향을 받은 생각으로 ‘생각하는 사물’의 영향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까?”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어 온 친구의 저작이라 더욱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제가 ‘언어교육’이라는 다소 좁은(?) 주제를 고민하고 있는 동안 저자는 교육과 공학을 묶어내면서 사회와 배움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 왔습니다. 혹시 관심있어하실 분들을 위해 아래 목차를 옮겨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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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여는 글

감사의 글

 

01 사물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과 연결되어 생각하는 장난감

3천만 권의 책을 읽고 있는 소프트웨어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을 알려주는 인공지능

스스로 학습하는 사물의 등장

새로운 것들이 등장한 해 2011년

 

02 생각하는 사물이 바꾸어 놓을 것들

인공지능과 연결된 모든 사물이 생각하는 능력을 가진다

생각하는 사물들끼리 연결되면 일어날 일들

인공지능과 함께 3천만 권의 책을 읽으며 학습한다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이 바꾸고 있는 것들

안경, 반지, 신발, 양말이 모두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다

 

03 더 늦기 전에 물어야 할 질문들

인공지능으로 우리는 더 행복해질까

스마트한 도구를 사용하면 우리도 더 스마트해질까

안경이 생각하게 되면,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생각하는 사물이 항상 우리를 위해 생각해줄까

아이들의 스마트한 도구 사용을 지지해야 할까

 

04 생각하는 사물의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

미래에 필요한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

도구와 협업하는 능력

도구의 역할을 바꾸는 능력

인간과 결합하는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

도구에 의한 변화를 수용하는 능력

도구를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행위자로 다루는 능력

알고리즘까지 읽어내는 능력

생물학적으로 인간을 업그레이드하는 능력

도구와 상호 변화하는 능력

인간과 사물을 통합하는 능력

 

05 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들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는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문제

인공지능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에 관한 문제

생각하는 사물을 생각의 대상으로 다룰 때의 문제

생각하는 사물의 생각을 이해하는 문제

인공 생명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의 문제

인공지능과 경쟁하는 방법에 관한 문제

 

미주

한국사회에 아카이빙이 있는가?

Posted by on Aug 14, 2017 in 단상, 말에 관하여 | No Comments

지난 겨울에서 이번 봄까지 전개된 촛불혁명 관련 글들을 살펴보면서 매번 던지는 질문을 다시 하게 된다.

“한국사회에 사료보존(archiving)이 있긴 한가?”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역사는 늘 생성중이다. 하지만 자료로 보존되지 않는 역사는 잊혀지고 왜곡된다. 디지털 자료가 넘쳐나는 시대의 자료도 데이터베이스로 쌓지 못한다면, 다른 시대야 더 말해 무엇하랴.

혁명만큼 중요한 것은 혁명에 대한 기록과 기억이다. 나아갈 힘은 돌아봄에서 나온다.

쉼과 불안

Posted by on Aug 13, 2017 in 단상, 말에 관하여 | No Comments

“뭐든 배워두면 언젠가 다 도움이 된다”는 말을 종종 접한다. 배워서 도움이 된 경우만 선별적으로 기억하거나 함부로 배운 것의 폐해를 망각해서, 그도 아니면 상대를 설득해야 하는데 딱히 괜찮은 논리가 없어서 하는 말 아닐까. 중단없는 자기계발을 권하고 휴식의 투자대비수익을 따지는 사회에서 저 말은 ‘쉬지 말고 일하고 공부하라’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아니다. 잘 쉬고 잘 노는 게 최고다. 쉼없는(rest-less) 삶은 말 그대로 불안한(restless) 사회를 낳는다.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동영상의 밀도

Posted by on Aug 11, 2017 in 단상, 링크, 삶을위한영어공부, 영어 | No Comments

트렌드에 관심도 없고 따라갈 능력도 안되지만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감은 잡아야 할 듯하여 가끔 ‘영어 학습법’ 동영상을 찾아본다. 대개 정보의 밀도가 낮고 주변적인 이야기가 많다. 아는 내용이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나 한두 문장으로 요약 가능한 이야기를 5분 10분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미디어에 대한 나의 오해일 수 있다. 동영상의 정보밀도는 낮추고, 신변잡기+경험+유머+슬쩍호통치기를 적당히 갈아넣어 매력적인 진행자를 통해 전달하는 방식이 최고의 성공전략일지도 모르니까.

얼마 전에는 동영상 강의를 보는데 추천 영상 중 하나가 <미국 교포 vs 영국 교포, 누가 더 영어를 잘할까?>라는 제목을 달고 있더라. 이런 제목에 끌리는 사람과 행여나 손이 미끄러져 클릭하게 될까 조마조마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당연히…

한국에서 웹이 시작되던 시기부터 웹상의 교육에 대해 고민해 왔지만 미디어에 대한 태도와 미감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 듯하다. 영상을 정보습득의 제1매체로 쓰는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상이라는 ‘외국어’에 좀더 깊이 빠져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덧: 물론 모든 영상이 ‘듬성듬성’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애정해 마지 않는 Vsauce 같은 채널을 보라. 문자매체 못지 않은 정보밀도를 자랑한다. 스크립트가 웬만한 책 원고보다 낫다.

https://www.youtube.com/user/Vsauce

문장틀 클리셰, 그리고 관료제

문장을 이루는 다양한 구성요소를 설명할 때 단어, 구, 문장 외에 “문장틀(sentence frame)”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예를 들어 “It is true that…. but”이나 “If ….. would/could” 등과 같이 몇몇 어구의 조합이 문장의 통사적/의미적 틀거리를 이루는 경우를 가리킨다.

갑자기 이게 왜 생각났느냐 하면, “…하면서도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라는 어구를 보았기 때문이다.

언어교육 교과서에서 문장틀이 언급되면 학생들에게 정치인들의 사과문이나 변명을 위한 기자회견, 혹은 관련 기사를 분석해 보라고 해야겠다. 덤으로 비정상적으로 높은 빈도의 클리셰 또한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문장틀과 클리셰, 관료제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방식.

따분하다, 참.

적폐청산의 철학

Posted by on Aug 9, 2017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적폐(積弊; 오랫동안 쌓여온 폐단)가 적폐(適弊; 적들이 저지르는 폐단)가 되어가는 것 같다. 자기 안의 퇴행, 모순과의 과감한 결별을 보고 싶다는 게 그리 큰 바람일까. 촛불이 모여 세상을 밝혔지만 그 빛이 가장 먼저 도달한 곳은 자신의 얼굴이었다.

#지극히주관적인어휘집

영어 표현 메모 몇 개

1. read와 read into

read가 보통 ‘읽다’의 의미라면 read A into B는 “B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의미, 느낌 등을 ‘읽어내다'”라는 뜻으로 종종 쓰인다. 특히 “read too much into something”의 형태로 자주 쓰인다.

“The boy is reading too much into her words.” (소년은 그녀의 말에서 너무 많은 것들을 읽어내고 있었다.)

사실 대부분의 reading은 ‘read into’의 요소를 갖고 있다. 하지만 너무 심하면 ‘지멋대로 독해’가 되어버린다. 그런 경우를 ‘read too much into something’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2. meet과 meet with

meet은 ‘만나다’라는 뜻으로 널리 쓰인다. 이에 비해서 ‘meet with’는 조금 더 형식을 갖춘 느낌으로 일과 관련해서 더 자주 쓰이는 편이다. 일반화하긴 힘들지만 영국영어보다는 미국영어에서 meet with가 자주 발견되는 듯하다.

(중학교 때 meet을 철저히 타동사로만 배웠던 기억이 나서 meet with를 매일같이 쓰는 동료들을 보며 살짝 배신감이 들었다.)

3. on one occasion

한국어의 ‘한번은’에 잘 대응하는 표현이다. 뒤에 나오는 이야기가 흥미롭고 주목할만한 것임을 슬쩍 보여준달까.

4. onto

onto의 의미는 ‘into’와 ‘on’이 적절하게 버무려진 것으로 보면 된다. 어떤 위치로 ‘진입’하는 것과, 진입된 위치가 뒤에 나오는 명사와 접촉하고 있음을 동시에 표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onto the stage”는 (1) 무대 밖에서 안으로의 진입(into)과 (2) 진입한 위치가 무대에 닿아 있음(on)을 동시에 나타낸다.

5. in the nick of time / just in time

Just in time과 in the nick of time은 거의 비슷한 의미다. ‘사고가 터지거나 당황스런 일이 일어나기 직전에’ 정도의 뜻으로 보면 된다. 다만 이 둘이 쓰이는 맥락이 조금 다른데 just in time은 두루 두루 쓰이는 데 반해 in the nick of time은 스토리텔링에서 주로 사용된다.

6. Dead on time

영국 영어에서 “dead on time”은 ‘딱 맞추어서”의 의미다. “Dead”가 ‘죽은’의 의미가 아니라 ‘바로(right)’의 뜻으로 쓰인 것. 그래서 사람들이 장난스럽게 이런 문장을 해석해 보라 하기도 한다.

“The man arrived dead on time.”

물론 문맥에 따라 죽어서 도착한 것일 수도 있지만, 딱 맞춰서 도착했다는 뜻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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