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언어, 권력, 그리고 교육

Posted by on Jun 28, 2014 in 말에 관하여 | No Comments

어린이집에 다닐만한 아이 남자아이 둘이 ‘원샷’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A: 야 너 ‘원샷’이 뭔지 알아?

B: 원샷? 그거 물 한꺼번에 다 마시는 거 아니야?

A: 아니야. 그런 거 어디에서 배웠어? 원샷은 물이랑 얼음이랑 다같이 먹는다는 뜻이야.

B: (수긍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

아이들은 좌충우돌 어휘를 배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소통이 일어난다. 위의 짧은 에피소드를 통해 언어습득의 방식과 권력, 그리고 교육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특정한 단어의 뜻을 안다는 것은 권력이 될 수 있다. A의 첫 질문은 자신에 찬 억양으로 전달되었으며, ‘너는 모를 거 같은데, 나 이거 알거든?’이라는 태도를 표현하고 있었다. 이런 ‘오만함’은 어디에서 나올까? 그것은 A에게 ‘원샷’이라는 말의 뜻을 가르쳐준 어른에게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믿는 빽’이 있는 것이다.

억양으로 판단하건대 ‘그런 거 어디에서 배웠어?’라는 말은 정말 어디에서 배웠는지를 묻는 질문라기 보다는, 상대의 지식이 잘못되었음을 단정하는 행위였다. 여기에서 상대방의 의견을 단숨에 제압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상대방의 지식의 원천을 무시하는 것이다. 만 4-5세 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도 상대방과 논쟁을 할 때 지식의 원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우리 선생님이 그랬는데”, “엄마가 그랬는데”, “텔레비에서 봤는데”… 더 ‘높은’ 사람이 그랬다면 논쟁에서 이길 확률은 높아진다.

결국 ‘목소리 큰 어른’을 빽으로 두고 목소리를 높이는 아이가 이기는 것인가? A는 잘못된 지식과 고압적인 질문으로 B를 제압했다. 다시 말하면, 올바른 지식을 가진 아이가 화려한 언변(?)을 가진 아이에게 사정없이 당한 것이다. 내심 B가 제대로 반격해 주길 바랐는데, 조용히 있더라. 조금은 우습고 조금은 슬픈 장면이었다. 사실 아이들 대화에 끼어들어서 A에게 묻고 싶었다. “그런 거 어디에서 배웠어?” 좀더 심하게 꼰대질을 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말해야 했었다. “다음 사전에 의하면 원샷[one shot]은 ‘술이나 음료 따위의 한 잔을 한 번에 모두 마셔서 비움, 한 번에 모두 마셔서 비우다’라는 뜻이야.  알겠지?”

아이들은 온갖 소스(source)로부터 배운다. 그리고 아직은 그 소스들을 판단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그 상황에서 무게중심을 잡아가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역할일 것이다. 그리고 그 교육은 학교에 가기 훨씬 전, 가족 및 친구들과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시작된다.

(사실 아이들 뿐이겠는가. 내가 공유하고 가르치는 지식 중에서 과학적이지 못한 부분은 얼마나 될 것인가?)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