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사(盡人事)’의 바탕은 함께함입니다.

Posted by on Dec 30, 2014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길고양이들 사진을 처음 찍기 시작했을 때 고양이가 점프하는 멋진 순간을 만나는 건 큰 행운이라 여겼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은 없습니다. 고양이가 카메라 앞에서 몸을 날리지 않는다면 점프샷을 찍을 수는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순간 포착의 우연을 만날 확률을 아주, 아주 조금은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진 기술의 연마 이야기는 아닙니다. 제 사진술은 초보적인 수준이거든요. 사실 테크닉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있었습니다. 바로 길냥이들과 오랜 시간 같이 노는 일입니다.

냥이들이 언제 뛰어오를지 모르기에 긴 시간을 함께 하지 않고서 비상의 순간을 만날 수는 없습니다. 아울러 그렇게 함께 있는 동안 냥이의 움직임을 세심하게 지켜봐야 합니다. 주로 움직이는 동선은 어디인지, 날아오르기 전 어떤 걷는 모양새는 어떤지, 도약을 위해 얼마나 오래 움츠리는지… 이 모든 것들에 익숙해지지 않고서는 환희의 순간을 만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오랜 친구가 좋은 이유는 단지 편안해서만은 아닙니다. 시간을 관통하여 다양한 모습을 보아왔기에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있고, 바로 그 이유로 그 친구가 진정 아름다운 순간 또한 놓치지 않게 됩니다. 많은 이들이 말하는 소위 ‘성공’의 기준이 아니라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에 비추어 비상의 순간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세속적 기준이 아니라 한 인간의 삶을 통해 그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사람들 — 그게 바로 진정한 친구 아닐까요?

아름다운 순간을 만나기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작습니다.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한다고 하지만, ‘진인사’의 비중은 미미한 것이죠. 하지만 부단히 애쓰지 않는 사람에게 아름다운 비상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법입니다. 그리고 오늘 감히 ‘누군가와 함께함’이 진인사의 으뜸이라’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새로운 한 해는 함께하는 한 해가 되시길 빕니다. 고양이든, 친구든, 책이든, 여행이든, 글쓰기든, 혹은 자기 자신이든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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