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 호칭, 메타포에 관한 잡생각 몇 개

Posted by on Jan 16, 2015 in 말에 관하여, 영어 | No Comments

 

1. 미국의 대표적인 ‘자폐’ 관련단체 Autismspeaks. 이 조직의 성장에 주요한 역할을 한 조직간 합병이 있었는데 그 상대가 Cure Autism Now였다. ‘자폐’에 대해 서로 다른 각도에서 접근한 두 조직의 이름은 상징적이다.

2. 한 대학의 장애인 편의시설에에는 긴급전화 안내문이 붙어있다. 전화서비스의 명칭은 Happy Call이다.

3. Deadline은 군사/전쟁과 관련된 상황에서 시작되어 모두가 쓰는 용어가 되었다. (문학적인 표현을 일부러 동원하지 않는 이상) 여기에서 실제 육체의 죽음을 읽어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ㅂㅅ’이라는 말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적절한 상황에서 상대를 조롱하기 위해 사용하면 괜찮다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그 용어에 남아있는 장애인 비하를 생각할 때 아예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둘다 이해는 가나 개인적으로 후자의 입장을 지지한다. 사람들이 그 용어를 점차 쓰지 않게 되길 바란다.)

4. 인터넷상에서의 호칭은 비대칭적이다. 예를 들어 직업과 관련하여 변호사 친구를 부를 때 ‘~변’이라고 하거나, ‘박사’와 같이 학력과 관련된 호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상대방의 동의가 있다면 뭐라 부르건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사회언어학적 관점에서 ‘김변’이나 ‘강박사’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이 경우 호명되는 상대보다 호칭의 사용자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호칭을 할 때와 당할 때 모두 이름이나 ‘~님’의 사용을 선호한다.)

5. 최근 ‘선생’과 ‘교수’ 호칭과 관련된 기내 폭력사건을 접했다. 호칭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호칭보다 훨씬 중요한 것들을 놓치는 사람들이 유난히 호칭에 집착하는 것 같다. (물론 사건 당사자는 뭔가 큰 오해를 …)

6. 최근 한 분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집사’라고 하는 데 대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주셨다. ‘견주’나 ‘묘주’는 ‘주인’의 성격이 강해서 ‘반려동물’이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많이 쓰이는 듯. 영어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dog owner나 cat owner라는 말이 아직은 가장 널리 쓰이는 것 같다.

7.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사용 빈도에 대한 개인적 관찰: ‘반려인’이라는 말이 조금씩 쓰이지만 ‘반려동물’이 성장하는 속도에 비해서는 턱없이 느린 것 같다. 상대를 ‘반려동물’로 정의하는 행위가 어느 정도 진행되어야만 자신을 ‘반려인’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일까? 종간의 호칭에 있어 인간의 시선이 개입될 수 밖에 없기에 이런 갭은 필연적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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