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와 those, 그리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의 의미

Posted by on Feb 10, 2015 in 단상, 말에 관하여 | No Comments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이 있다. 혹자는 남에게 의지하기 보다는 자신의 길을 열심히 가야 한다고 해석하는 듯하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보면 “서로를 돕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참고로 이 말은 성경에 나오지 않는다. 종교적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여지는 있으나 종교적인 기원을 갖고 있지 않다.)

영어 원문과 한국어 번역 사이에 아주 미세한 차이가 존재한다. 영어는 “God(때로는 Heaven)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라고 되어 있다. “those”가 주체다. 복수형이라고 해서 여러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은 아니며, 돕는 존재 일반을 나타낸다. 하지만, 문법적으로 복수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에 비해 한국어는 “자”는 단수형이며, 복수를 표현할 때는 “자들”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스로 돕는” 주체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얄팍한 자기계발의 논리로 써먹을 수도, 연대의 필연성에 대한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해석 중에서 나는 후자, 즉 “자”가 아닌 “those”를 선택하려 한다. ‘특정하지 않은 개인을 나타내는 단어 those’가 아니라, ‘복수의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 those’로의 ‘오역’을 감행하고자 한다. 이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가 아니라 “하늘은 자신들을 돕는 사람들을 돕는다”가 된다. 내가 나를 도울 때가 아니라 우리가 우리를 도울 때 우리가 원하는 것들이 조금씩 이루어질 수 있다.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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