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그리고 은유

Posted by on Jun 30, 2014 in Uncategorized | No Comments

“다양한 메타포들은 세계를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도구이면서, 우리의 정신 세계 자체이기도 하다.”

인간에 대한 은유, 특히 인간의 정신(mind)을 표현하는 은유는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데카르트는 인간의 정신을 시계에 비유하였고, 전화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에는 전화기 교환판(switch board)이 마음에 대한 은유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지금은 컴퓨터가 인간의 정신을 표현하는 가장 대표적인 은유로 사용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인지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감정을 지닌 컴퓨터’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정서적 측면까지도 컴퓨터의 작동에 비유할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이러한 예시들은 인간의 사고를 은유로 표현함에 있어 각 시대에 가장 복잡한 기계가 동원됨을 보여준다. 데카르트 시대에 시계는 기계 중에서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진 것이었을 테고, 전화 교환판 또한 당시 사람들에게는 가장 복잡한 기계로 보였을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세계를 움직이는 지금, 컴퓨터는 더 언급할 필요가 없겠다.

인간의 사고를 컴퓨터의 작동에 빗대는 메타포는 많다. 사람에게는 컴퓨터와 같이 장기 기억과 단기 기억이 있으며, 기억은 정보의 형태로 ‘저장’된다. 기억을 끄집어내는 일은 컴퓨터의 어떤 물리적 위치에서 자료를 꺼내는 것(retrieval)과 같다. 이런 개념들은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인풋/프로세싱/아웃풋 이라는 컴퓨터의 정보처리 모델로 설명하려 한다. 여러 요인들이 주어질 때 인간이 어떻게 이 요인들을 처리하여 외부적 행동을 만들어 내는가. 이것이 바로 인간 사고에 대한 정보처리 모델이다. 블랙 박스 왼쪽에서 입력(input)이 들어오고, 머리 속에서 인풋을 처리(process)하고, 이에 따라 결과값(output)을 낸다.

인간은 언제나 은유 속에서 살아왔고, 은유를 통해서 의미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은유를 사용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는다. 다만 인간의 정신을 컴퓨터로 표현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인간을 컴퓨터와 등치하는 경향이 생기는 것은 경계할만하다. 데카르트 시대에 인간의 마음을 시계에 비유하면서 인간의 사고를 시계의 작동원리로 파악하려고 했다고 가정해 보자.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가? 지금 우리는 컴퓨터 메타포의 홍수 속에서 인간을 컴퓨터처럼 생각하게 되고, 때로는 컴퓨터를 닮아가려고 한다. 하지만 고도로 복잡한 구조를 가졌다 할지라도 컴퓨터가 인간이 아닌 이상 인간의 사고, 정서, 행동을 모두 컴퓨터의 작동원리로 설명하려 드는 것은 섯부른 일이다.

인간은 분명 기계적인 특성을 갖고 있지만, 기계가 인간의 사고를 표현하는 지배적인 메타포가 되는 현상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한다. 인간의 사고는 기계적 작동 원리로 치환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에겐 더욱 다양한 은유가 필요하다. 개인은 나무이고, 사회는 숲이라는 메타포는 어떨까? 인간은 바람이고 구름이라는 메타포는? 인간의 사고는 컴퓨팅이 아니라 여행일 수도 있고 직물을 짜는 과정일 수도 있으며 거대한 합창, 순간적인 재즈 변주, 혹은 오케스트라 공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체화된 인지, 분산인지, 확장된 마인드 등의 마음에 대한 최신 이론들은 이런 메타포들이 단지 문학적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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