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이름에 대하여

Posted by on Feb 18, 2015 in 링크, 말에 관하여, 수업자료 | No Comments

우조마카: “저 Zoey라고 불러주시면 안돼요?”*
엄마: “왜?”
우조마카: “‘Uzomaka’를 제대로 발음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요.”
엄마: 걔네들이 차이콥스키(Tchaikovsky)나 도스토옙스키(Dostoievsky), 미켈란젤로(Michelangelo) 같은 이름을 발음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당연히 Uzomaka 발음도 배울 수 있어.

한 번도 영어 이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나에 대해 대단한 자긍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언어와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한 것도 아니었지만, 내 이름은 내 이름이라고 생각했고, 상대방이 발음을 조금 틀려도 별 상관없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물론 영어 원어민들과 자주 만나야 하는 상황에 있는 아이의 입장에서 Uzomaka 어머니의 견해를 100% 수용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친구들이나 교사가 자기 이름을 잘못 부르는 경우가 많을 것이고, 그때마다 ‘왜 내 이름을 제대로 못부르지? 영어 이름을 만들어야 하나? 내 이름이 너무 우습게 들려’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소통 상황에서 상당한 심리적인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발음을 잘못하는 것은 그 이름을 발화하는 사람의 노력, 언어간의 거리 등의 문제이지, 내 이름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자기 이름에 대한 선입견을 은근히 키우는 것은 정서적 발달에 큰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다른 한 가지 측면은 문화간 접촉 상황에서 아이들이 키워야 할 똘레랑스 능력과 연관되어 있다. 급속도로 증가하는 다문화적 경험 속에서 발음이나 어휘, 문법 등의 언어적 요인은 종종 충돌의 대상이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상호 협상(mutual negotiation)이지 일방적인 적응(unilateral adjustment)이 아니다.

특정한 사회문화적 조건 속에서 생겨나는 영어 이름에 대한 욕망을 싸잡아 비난할 이유는 없지만, 그런 욕망 뒤 숨어있는 은밀한 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지 “너 영어 이름 뭘로 할래?”라는 이야기를 쉽게 꺼내는 부모나 교사들이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

*위에 소개한 우조마카의 인터뷰 전문:
http://www.upworthy.com/the-perfect-response-for-kids-with-hard-to-pronounce-ethnic-names?c=ufb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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