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개를 때리는 것은 비윤리적인가?

Posted by on Feb 23, 2015 in 과학, 단상, 링크 | No Comments

상당한 인지적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결합하고, 인간을 닮은 로봇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이때, 깊이 생각해 볼만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기계에 대한 ‘폭력’에 대한 논의에 있어 제가 갖고 있는 한 가지 의문은 “기계에 ‘폭력’을 가한다”는 표현에 드러나는 일방향성에 대한 것입니다.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폭력’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인간이 만든 기계이고, ‘이 기계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진술은 과학적 사실일 수 있겠죠. (계속해서 폭력에 따옴표를 붙였습니다. 폭력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만, 그렇게 느낄만한 충분한 정황적 근거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폭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물리적 행위의 결과가 반드시 기계로만 향하는지 의문입니다. 발길질이라는 행위의 물리적 결과는 외부(기계)를 향하지만, 심리적 영향은 내부(발길질을 하는 자기 자신 및 행위의 목격자들)를 향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기계는 안아프니까’라고 말하는 것 이상의 고찰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인간이나 동물을 닮은 기계에 대한 물리적 행위라면 말이죠.

일례로 저는 이 영상을 보면서 마음이 좀 불편했습니다. 이런 저의 반응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겠죠.

“맞는 기계는 아픔을 못느껴. 걔가 안아프다는데 왜 니가 불편해?”

“네가 불편해하는 건 과학적인 사실에 반하는 감정이야. 다시 생각해 봐. 네 불편함은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구. 과학적으로 생각해 보라는 말이야.”

“너와 같이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얼마 안될 것 같은데?”

“저 발길질은 학대라기 보다는 제품 테스트의 필수불가결한 과정이지. 물론 영상에서는 마케팅적인 면을 고려했겠지만 말야.”

하지만 저는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단지 “개인 vs. 특정 기계”의 수준에서 논하는 것에 반대하는 쪽입니다. 인간의 특정한 행동 양식, 예를 들면 움직이는 사물에 대해 발길질하기와 같은 행동은 개별 주체가 특정한 기계에 가하는 물리적 충격으로만 기술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발길질은 특정한 사회문화적 프레임 내에서 해석될 수밖에 없고, 그 해석의 프레임은 단지 개인의 독특한 취향이 아니라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니까요.

페북 친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좋은 글로 고민의 물꼬를 터주신 Suhkyung Kim​님께 감사드립니다.)

 

관련기사: http://scienceon.hani.co.kr/243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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