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학생들 덕에 바보선생이 되고싶어졌다

Posted by on Mar 4, 2015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오래 오래 잘 지내는 법, 학생들에게 배우다] 교정을 한 바퀴 도는데 오전 수업시간에 만난 4학년 학생 여섯이 쪼로로 걸어온다. 밥먹고 돌아오는 길인 듯한데, 둘, 셋, 팔짱낀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여기서 또보네요. 점심 먹었어요?”
“네네. 선생님도 드셨어요?”
“네네. 매점에서 치아바타 먹었어요. 뭐 드셨어요?”
“오 맛난 거 드셨네요. 저희는 O구OO버O에서 2,500원으로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아 맛있었겠네요. ㅎㅎㅎ 그런데 질문이 있는데요.”
“뭔데요?”
“어떻게 하면 이렇게 내내 사이가 좋을 수 있어요? ㅎㅎㅎ”
“아 그거요? 그냥 바보같으면 돼요. 아무 것도 아닌 거에 빵빵 터지고. 흐흐흐.”
“아 그렇군요. ㅎㅎㅎ 바보 같아야 되는 거군요. ㅎㅎㅎ”
“(백팩에 달린 다쓰베이더를 인형을 만지며) 선생님 근데 이거 불 나와요?”
“네네. 그거 배 누르면 불 나와요. 해보세요.”
“어어 된다, 진짜 불나오네.”
“네. 귀엽죠?”
“네네. 근데 이거 이름이 뭐예요?”
“(갑자기 생각이 안남) 어…”
“없으면 이름 지어줄까요? 음… Sociocultural Theory?”
“아악 그건 아닌 거 같은데요?”
“그럼 SCT?”
“음…”
“그만 할게요. ㅎㅎㅎ”
“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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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학기 말 사회문화이론 관련 강의 덕에 Sociocultural Theory 생각이 났나 보다. 졸지에 다쓰베이더는 SCT가 되어버렸구나.

학생들에게 종일 배우는 날.

‘바보학생들’ 덕에
‘바보선생’ 되고 싶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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