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fortable, 불편합니다!

오늘 수업 시간 몇 장면. ^^

나: 중학교 입학한 거 축하해요.
학생들: 고맙습니다.
나: 다 아는 것 같지만, ‘중학교’는 영어로 뭐죠?
학생들: Middle school 이요!
나: 그쵸. 그럼 ‘고등학교’는?
학생들: High school 이요!
나: 잘하네요. 그럼 ‘대학교’는?
학생1: (주저 없이)Big school 이요!
나: ㅎㅎㅎ 아닌 거 알고 말한 거죠?
학생2: 근데 한자가 크다는 거 아닌가요?
나: 그렇긴 하죠. 근데 big school은 아니예요. 그건 학교가 크다는 이야기. 운동장 넓고 건물 크면 big 이라고 쓰면 되겠죠.
학생1: 아… 유니버시티?
나: 오, 아네요. 쓸 수 있어요?
학생1: U-N-I… 잘 모르겠어요.
나: U-N-I-V-E-R-S-I-T-Y 입니다. 절대 Big school 아니예요.
학생들: ㅎㅎㅎ 네네.

..

나: (학생 2를 보며) 교복 입고 왔네요. 편해요?
학생2: 아니요.
나: 아… 왜요?
학생2: 그냥 그렇게 편한 옷은 아니예요.
나: 흠. 좀더 편하면 좋을텐데… 교복은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학생1: uniform이요.
나: 오 그쵸. school uniform이라고 하면 되죠. 그럼 ‘편하다’는?
학생들: …..
나: 처음 들어보는 단어일지 모르는데요. Comfortable이라고 해요. 따라해 보세요. Comfortable.
학생2: 발음하기 불편해요.
학생1: 진짜.
나: ㅎㅎㅎ 뜻은 ‘편하다’지만 발음은 힘들죠. 그래서 편하게 하려고 줄여서 ‘comfy’라고 하기도 해요. C-O-M-F-Y. 콤피. 쉽죠? 따라해 보세요. comfy!
학생들: Comfy!
나: Comfy!
학생들: Comfy!

..

나: Comfortable의 반대말이 uncomfortable이라고 했잖아요. (학생2를 보면서) “Un”을 붙인 건데… 컴퓨터로 그림 그릴 때 “Undo”본 적 있지 않아요?
학생2: Undo라고 안해요. 실행취소 아니면 Ctrl+Z.
나: 그쵸. Ctrl+Z 굉장히 자주 쓰죠. (Undo/Redo 화살표를 그린다) 이렇게도 표시하구요.
학생2: 근데 컴퓨터로 내내 작업하던 사람들이 어쩌다 스케치북에 그리면 가끔 왼손으로 Ctrl+Z 누른대요. ㅋㅋㅋ
나: ㅋㅋㅋ 진짜 그럴 수도 있겠군요.
학생2: 이게 완전 자동이다 보니까. ㅋㅋㅋ

나: (학생1을 보며) 담임선생님은 어떠세요?
학생1: 좋은 거 같아요. 근데 말이 진짜 많으세요.
나: ㅎㅎㅎ 그래요? ‘말이 많다’는 영어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학생1: (주저없이) Noisy요.
나: 아아… 상황에 따라 그것도 쓸 수 있는데요. 아까 ‘말이 정말 많다’라고 할 때는 ‘very talkative’라고 하면 돼요.
학생1: Talkative…
나: 네네. 카카오톡 (필기를 하며) 그거 끝이 ‘talk’인데, 거기에 ‘-ative’를 붙인 거예요.
학생1: 그게 그거 아닌가. 시끄러운 거나, 말많은 거나.
나: 아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때가 있죠. 그래도 상황에 따라서 좀 다른데요. 어떤 남자애가 말이 많아서 시끄럽다면 “The boy is noisy”라고 할 수도 있고 “talkative”라고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지금 문 밖에서 공사하느라 막 소리나고 시끄러우면 “noisy”는 되지만 “talkative”는 안되죠. 포크레인이 사람들한테 talk 그러니까 말을 막 하고 그런 건 아니잖아요?
학생들: ㅋㅋㅋㅋㅋㅋㅋㅋ

나: (학생 2에게) 무슨 노래 들어요?
학생 2: 음 Beyond요.
나: 누구 노래인데요?
학생 2: Dok2요.
나: 도끼요?
학생 2: (내 노트에 ‘Dok2’라고 쓰며) 이렇게 써요.
나: 아아… 그럼 가사를 좀 봐야겠네요. (스마트폰 검색하여 가사를 흝어보며) 이게 좀 잘난체 하는 듯한 노래네요?
학생 2: 허세죠.
나: ㅎㅎ 허세. Beyond가 제목이라 해서 나오는 데를 찾아보니 “Beyond everything”이라는 구절이 있네요. 자기가 음악 엄청 잘하고, 1등은 못하지만 ‘Hit maker”고, “beyond everything”이라니. ㅎㅎㅎ
학생 2: 그게 무슨 뜻인데요?
나: 그러니까 예를 들면, 학교 가는데 고개를 넘어야 한다면 “over the hill”이라고 하는데 때로는 “beyond the hill”같이 쓸 수도 있어요. 넘어선다는 이야기.
학생 1: ㅎㅎㅎㅎㅎㅎㅎ (학생 2를 향해) 너 학교 산 깎아 만들었잖아.
학생 2: 그렇지.
나: 그렇게 넘어간다는 의미인데, 그걸 “beyond my ability”같이 쓰기도 해요. “ability”가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
학생1: 능력 아닌가요?
나: 오오. 어려운 단어인데 아네요. 능력 맞아요. 그럼 “beyond the hill”은 ‘고개 넘어서’니까 ‘beyond my ability’는 무슨 뜻?
학생 1: 능력… 넘어서?
나: 맞아요. ‘능력을 넘어서’라는 뜻. 자기 능력을 넘어서 있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학생들: 못…
나: 크게 말해봐요.
학생들: 못한다는 건가요?
나: 맞아요! 자기 능력을 넘어서는 거니까 못하는 거죠. 우리말에서도 “이 사업은 내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야.”라고 하면 능력이 안된다, 못한다는 거잖아요.
학생들: (알아들은 건지 알듯 말듯한 표정으로) 네…
나: 그러니까 뒤집어 말하면 I can’t blah blah와 통하는 말이죠. ㅎㅎㅎ 근데 이걸 “beyond everything”이라고 하니… 자기가 모든 걸 넘어서야 하는 자리에 있다고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beyond everything’이라니. 정말 허세의 끝장이네요.
학생 2: 제가 듣는 노래 중에 80퍼센트가 허세, 10퍼센트가 사랑, 10퍼센트가 ‘나 힘들어’예요.
나: ㅎㅎㅎ 그래요? ‘나 힘들어’ 노래는 누가 많이 불러요?
학생 2: 개리요.
나: ㅎㅎㅎ 그렇구나. 리쌍?
학생 2: 네.

===

나: 선생님들은 어때요?
학생 2: 뭐 그냥…
학생 1: 괜찮은 거 같아요. 아 맞다. 근데 도덕 선생 이상해요.
나: 왜?
학생 1: 욕해요.
학생 2: 맞다, 나도 전에 맨날 욕하는 도덕 선생 본 적 있어.
학생들: ㅋㅋㅋㅋㅋ 도덕 선생이 왜 욕을 그렇게… ㅋㅋㅋㅋ
나: 아… 그렇군요.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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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별다른 일은 없었어요?
학생들: 오리엔테이션 했죠.
나: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주로 뭐해요?
학생들: …
나: 안내? 소개? 또 뭐하죠?
학생: 다 아는 말, 하고 또하고.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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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My homeroom teacher 이거 무슨 뜻인지 알아요?
학생들: ….
나: home이 집이잖아요?
학생 2: 가정 선생님?
나: ㅋㅋㅋ 아니예요. 가정은 아니고.
학생 1: ㅋㅋㅋ
나: homeroom teacher는 ‘담임 선생님’이랍니다. 알아두세요. 가정 아니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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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어느 늦은 봄날 만난 아이들이
벌써 중학생이 되었다.

같이 다니던 학교에서
서로 다른 학교로 흩어졌지만
나와 공부를 하기 위해 이곳에 온다.

계절이 바뀌고,
아이들은 몰라보게 성장하고
나는 아이들의 삶에 조금 덜 어색한 일부가 되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열심히 시키려고도 않지만,

서로에게
조금씩 배워가며
소소한 기쁨을 나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3년의 시간을 보내고
“높은(High)”학교에 가고,
“큰(Big) 학교에도 가기를.

Undo할 수 없는,
Comfortable 해도 불편하고
Uncomfortable해도 불편한 시간.

시간이 흐르고 또 흘러
이 순간들 까맣게 잊혀진다 해도
웃으며 나눈 이야기들은
서로의 입가에
선한 미소로 남아있기를.

20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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