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by hand)’, 그리고 노동의 진화

Posted by on May 4, 2015 in 과학, 단상, 일상 | No Comments

한 통계학 강사는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에서 ‘calculate the value by hand in Microsoft Excel’이라고 말한다. ‘by hand’의 기본적 의미는 ‘손으로, 손수, 직접’이지만, 이 경우 ‘전문 통계패키지가 아닌 일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라는 뜻으로 쓰였다. 종이와 펜을 써서 통계치를 구한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손으로(by hand)”라는 표현에 다양한 뜻이 있군’ 이라며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의 진화로 거의 육체/정신노동의 상당부분이 빠르게 기술화(technologicalization)되고 있는 상황에서 ‘손으로’라는 표현마저 ‘손을 사용해서’나 ‘몸을 써서’, 혹은 조금 양보해 ‘머리(두뇌)를 써서’라는 의미로 쓰이지 않을 때가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언젠가 뇌가 네트워크에 직접 접속하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손으로’는 ‘뇌신경에 직접 연결된 인터페이스를 사용하지 않고 몸을 움직여서’라는 뜻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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