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영어가 어려운 이유

Posted by on May 29, 2015 in 강의노트, 수업자료, 영어, 일상 | No Comments

“똑같은 거 가지고 문법을 설명하는 척 해”: 중학교 1학년들이 말하는 <중학 영어가 어려운 이유>

나: 중학교 가니까 영어 어때요?
학생A: 할 게 많아요.
학생B: 재미가 없어요.
나: 그래요? 뭐 때문에 어려운 것 같아요?
학생A: 솔직히 내용은 안 어려운데 (초등학교 때랑) 똑같은 거 가지고 문법을 설명하는 척 해요.
학생B: 이것은 명.사. 저것은 동.사… 그러고 끝나.
학생A: 맞아 맞아.
나: 문법이 많이 나오는구나…
학생B: 시험에서 ‘동사를 찾아 쓰시오’ 같은 문제가 나왔어요.
학생A: 난 국어에서 ‘조사의 뜻’을 쓰라는 거 나왔는데.
나: 시험에서 “동사를 찾아 쓰시오”가 나왔다고요?
학생B: 네. 문장 몇 개 주고 거기에서 동사 다 찾아 쓰는 게 나왔어요. 용어 아는 애들은 괜찮은데 모르는 애들은 손을 못대요.
나: 그렇겠네. 숙제는 주로 어떤 거 해요?
학생A: 단어시험 준비.
나: 아… 단어 시험을 자주 봐요?
학생A: 네. 그리고 말하기 평가 짜증나요.
나: 아, 말하기 평가요? 그거 초등학교 때는 없었죠?
학생A: 아뇨. 있었어요. 근데 그때는 한 학기에 한 번이었고 즉흥적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 하면 됐는데, 지금은 한 주에 한 번에다가 교과서에 있는 걸 그대로 토시 하나 안틀리고 외워야 돼요. 완벽하게 외워서.
나: 아…
학생B: 울학교에는 말하기 시험 없는데. 우리 학교가 엄마들이랑 학원 선생님들 사이에서 시험 쉽기로 유명하대요.
학생A: 개부러워.
학생B: 초등학교 때는 한 주에 한 번 에세이 쓰기 숙제가 있었어요.
나: 한 주에 한 번이요? 자주 썼네~
학생B: 네. 근데 주제는 자유.
나: 영어시간은 어때요?
학생B: 좋아요. 많이 잘 수 있음. ㅋㅋㅋ
학생A: 나는 과학 시간. 안깨워.
나: 중학교 가서 제일 힘든 게 뭐예요? 영어에 관해서.
학생A: 문법이요. 사실 우리나라 문법도 모르겠는데, 모국어 문법도 모르겠는데, 모르는 나라 말 문법을 어떻게 알아들어요. 단어가 문제가 아니예요. 솔직히 우리나라 말 가르쳐도 체언이 뭐고 용언이 뭐고 … 이렇게 배우는 거 아니잖아요? (방언터진 줄 알았음)
나: 아 그렇죠.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영어.
학생B: 영어는 모르겠고, 한국어가 세계 제1언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나: 아. ㅎㅎㅎ 그럼 좋긴 하지만, 영어가 지금은 제일 널리 쓰이죠. 당분간 영어를 제일 많이 쓸 걸요? 사람 숫자는 중국어가 많지만 영어를 젤 많이 써요.
학생A: 일본어를 세계어로! 애니 자막 없이 거의 다 알아들을 수 있는데.
나: 와아… 전 일본어 거의 못하는데.
학생A: 일본어는 애니로 배우면 돼요.
학생B: 맞다, 우리 학교에도 애니로 일본어 배우는 수업 있어. 근데 이번에 새로 들어온 애들이 워낙 잘해서 하반인데 중반, 상반 만큼 한다고 하더라.
학생A: 나 글루 보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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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거 가지고 문법을 설명하는 척 해요.”
“우리말 문법도 모르는데 모르는 나라 말 무법을…”
머리를 한 대 쾅 맞은 것 같았다.

문법용어를 남발하는 선생님.
오로지 기계적인 암기로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수행평가.
졸립고 재미없는 수업.

생각해 볼 게 많은 대화였다.

많은 사람들이 영어실력을 향상시키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학습 시간 부족에 있다. 형편없는 교수방법이 그에 못지 않게 큰 걸림돌로 보인다.

두 학생이 대한민국 모든 중1을 대표할 수는 없겠으나,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학영어교육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그려볼 수가 있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아이들이야 전혀 다른 걱정을 하겠지만.

오늘의 결론: 초중고교생들과 학부모들을 좀더 자주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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