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론으로서의 글쓰기

쓰기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으니 쓸데 없는 이야기 하나 더.

“(연구)방법으로서의 쓰기(writing as method)”라는 말이 있다. 좀 있어 보이려는 수사적 표현일 수도 있지만, 글쓰기를 통해 생각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는 과정이 연구의 핵심 방법론을 이룬다는 실질적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문학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만 줄창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많은 연구자들 또한 글쓰기를 주요 일과로 삼는다. 특히 인문사회과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글쓰기를 피해갈 도리가 없다.

문제는 이런 ‘방법으로서의 글쓰기’를 배우는 시기가 너무 늦다는 데 있다. 글쓰기를 싫어하지 않았지만 학술적인 글쓰기는 언제나 과제와 연결된, 그래서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해치우게 되는 ‘일’이었다. 석사과정, 아니 박사 과정 중반까지 학문적인 글쓰기를 숙제와 등치시키는 우를 범했다. 결국 학위논문을 작성하면서 방법으로서의 글쓰기를 발견하게 되었고, 이후에는 하찮은 쪽글이라도 꾸준히 써내고 있다. 이제 글쓰기는 과제가 아니라 가장 선호하는 사고방식, 혹은 연구 모드(mode)가 되었다.

학생들은 내가 범한 우를 다시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구자에게 글쓰기는 과제가 아니라 생각의 방식이고 주요한 연구 방법론이다. 이거 참 전형적인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해라’ 식의 조언이지만, 공부를 업으로 할 사람이라면 깊이 생각해 볼 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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