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 배역, 그리고 영어공부

Posted by on Jul 18, 2015 in 삶을위한영어공부 | No Comments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아이들을 지켜보면 대개 흉내내기를 재미있어 한다. 좋아하는 만화체 따라 그리기나 연예인 성대모사, 아이돌 댄스 카피는 기본이고, 선생님의 특징을 딴 ‘캐리커처적 성대모사’하기, ‘친구 목소리를 빌어’ 대화하기도 일상적인 일이다. 한번 ‘꽂히면’ 유행어 한두 개를 몇날 며칠 쓰기도 한다.

물론 모방이 엇나가는 경우도 있다. 장애인이나 따돌림 당하는 학생 흉내내기가 대표적이다. 이 경우 악의는 없었다고 해도 모방의 대상이 되는 이들에게 상처와 모멸감을 주게 된다.

자기와 다른 것이나 신기해 보이는 것, 반대로 우습고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것들을 따라해 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조금씩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모방의 욕구는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그 무엇보다 절실한 외국어학습에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사회는 아이들에게 세상의 수많은 캐릭터들이 되어보라 요구하지 않는다. 감정의 이입이나 새로운 캐릭터의 창조는 아예 꿈도 못꾼다. 아이들에게 주어진 거의 유일한 배역은 사회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미국의 백인 말투를 지닌 중산층 엘리트다. 연기를 배우는 사람에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에게 절대 어울리지 않는 단 하나의 역할만을 강요하는 꼴이다.

십여 년 전 직장 선배 하나가 회사를 그만두고 영어 연극을 시작했다. 영어교육 업계에서 나쁘지 않은 직장이었지만 표준화된 커리큘럼과 학습법으로 진짜 말을 가르치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요즘 그 선배 생각이 부쩍 자주 난다.

내가 Listen and Repeat(듣고 따라하기)의 앵무새가 아니라 ‘꼬마 연기자’로서 영어를 배웠다면 어땠을까. 아무리 발버둥쳐도 닿을 수 없는 네이티브라는 환상의 고지를 정복하려는 등반가 아니라, 이 동네 저 동네로 난 작은 골목길을 순례하며 진짜 사람들을 만나는 여행자였다면 어땠을까.

#삶을위한영어공부

 

그리고 생각난 이 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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