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세 가지 차원에 관하여

Posted by on Jul 20, 2015 in 강의노트, 단상, 말에 관하여 | No Comments

*대화의 세 가지 차원에 관하여.*

먼저 대화의 일반적인 의미다. 네이버 사전에는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 또는 그 이야기”라 풀이되어 있으며, 한자로는 “對話”로 표기된다. 대화對話에서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이야기한다. 말들이 서로에게 날아가고 날아든다. 대화참여자 A와 B는 개인으로 표상된다. 이 개념에서는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 자주 사용되는 A <-> B 도식이 적당할 것이다.

두 번째는 대화代話라고 표기해야 할만한 측면이다. 대신해서 말한다는 뜻. 사회적인 측면에서의 이야기는 나와 너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나의 역할과 너의 역할 사이의 상호작용이다. 저기 보이는 저 분은 <보험영업원>으로 <고객>에게 이야기한다. 인지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주어진 사회적 역할 속에서, 혹은 사회가 정해준 역할을 대신해서 서로에게 이야기한다. 대화 참여자 A와 B는 사회적 역할 A’와 B’가 자신을 실현하는 통로다. A’-A<->B-B’ 정도로 도식화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대화大話라고 부를만한 것이다. 이것은 첫 번째의 대화對話와는 다르게, 방향성이 없다. 나의 말이 너에게로 향하거나, 너의 말이 나에게로 향하지 않는다. 너와 나는 서로를 도와 대화大話를 만들어가는 존재다. H와 O는 각각의 특성이 있지만 H2O가 될 때 본질적인 변화를 겪는다. 나와 너는 각자 말하는 것 같지만 속에서 본질적으로 다른 이야기 즉, 대화大話를 만들어 낸다. 처음에는 A와 B로 존재했던 사람들이 이야기 속에서 C가 된다. 대략적으로 A+B=C (C>A+B) 가 된다.

가끔 카페 구석에서 대화에 집중하는 친구들을 본다. 미소가 끊이지 않고 말이 이어진다. 가끔 눈물을 글썽이기도 한다. 너의 말은 나의 말이 되고, 나의 말은 너의 말이 된다. 누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땐 그들만의 공간이 보인다. 물리적으로는 탁 터진 공간이지만 대화를 통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代話는 집어던지고 對話를 넘어 大話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 아름답고 신비하다.

2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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