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의 구글

Posted by on Jul 22, 2015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논문을 읽다보니 이게 문학인지, 인류학인지, 언어학인지, 자연과학인지 헷갈렸다. 어쩌면 잘 짜여진 스토리텔링 같기도 하고, 멋진 데이터 비주얼라이제이션 프로젝트 같기도 했다. 길지 않은 논문이었는데 저자가 무려 20여 명. 그런데 놀랍다. 이 모든 사람들이 한 연구소 소속이다!

연구소 홈페이지를 검색하니 처음 들어보는 민간 연구소로 인문사회과학, 공학, 신경과학, 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수백 명이 함께 일하는 조직이란다. 어중이 떠중이는 받지 않는다고 한다.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만 입사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여기 시스템이 정말 특이했다.

누군가 논문 아이디어를 제출하면 조직 구성원 전체가 리뷰를 한다. 그리고 나서 주제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 TF를 구성한다.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깊지는 않지만 새로운 시각을 전할 수 있는’ 논문을 만들어 낸다. 주제를 제안한 사람은 주저자, 나머지 모든 사람들은 공저자가 된다. 결과적으로 연구원들은 협업을 기반으로 엄청나게 많은 논문을 쓰게 되는 것이다.

이들이 투고하는 논문은 거의 모든 학문분야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개별 학문 분야에서 듣도 보도 못했던 주제를 새로운 자료를 통해 접근하여 멋진 시각화 기법으로 풀어내기 때문이다. 리뷰어들은 부정적인 의견을 내기 힘들다. 자신의 ‘깜냥’으로 수십 명의 전문가들과 논쟁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이대로 가면 ‘학계의 구글’이 탄생할 거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옆집 아침 식사 준비 소리에 잠에서 깬다. 옆방도 아니고 뭔 소리가 이렇게 크게 들리냐. 어제 간만에 이런 저런 논문들과 씨름하다가 자포스의 홀라크라시 기사를 보고 잤더니 이런 요상한 꿈이 만들어졌다. 논문 스트레스가 시작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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