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Sugar는? 아이들이 broken down할 때는?

오늘은 Maroon 5의 히트곡 “Sugar”를 배우는 날.

나: “이 노래가 정말 히트했나 봐요. 보니까 조회수가 6억이 넘네요?”
학생들: 진짜요?
나: 네네. 이거 봐요.
학생들: 헐. 진짜네요.
나: 가사 알아보기 전에 여기에서 “Sugar”는 진짜 설탕일까요?
학생들: 아니겠죠.
나: 그럼 뭘까요? 진짜 설탕한테 부르는 건 아닐텐데. ‘설탕아~’ 뭐 이런 거는 아니잖아요.
학생들: ㅎㅎㅎ (이거 비웃은 건가)
나: 로미오와 줄리엣 들어봤죠? 거기서 보면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Juliet is the sun.”그니까 “You’re my sun.”같은 이야기를 해요. 이게 뭐겠어요?
학생1: 넌 내 아들이다?
나: $%@#&&%!$%
학생2: 내가 니 애비다?
나: Son 아니고, sun이요. S-U-N
학생들: 태양이요.
나: 맞아요. 그러니까 줄리엣이 태양은 아니지만 태양이라 부른 거죠. 그런 것처럼 이 노래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sugar라고 부른 거 같아요. 달콤하다고 하잖아, 사랑이. 그럼 여러분들 인생의 sugar는 뭐예요?
학생 1: 스마트폰?
학생 2: 컴퓨터?
나: ㅎㅎㅎ 그럼 이 사람은 뭘 sugar라 하는지 한 번 들어볼게요.

(플레이한다)

나: 알아들은 거 있어요?
학생들: (거의 동시에) Let’s go? (사실은 Let’s do it 인듯)
나: 그거 말고 없어요?
학생들: 없는 거 같은데… 아 Baby!
나: ㅎㅎㅎ 그럼 가사를 하나씩 봅시다.

(가사 비디오 보여주면서 설명하기 시작)

나: 자 여기 보면 “broken down”이라는 표현이 나와요. “I’m broken down.” 혹시 break라는 말 들어봤어요?
학생들: 들어봤죠.
나: 무슨 뜻이죠?
학생1: 깨다?
학생 2: 부시다?
나: 맞아요. break a glass 유리잔을 깨다, 뭐 그럴 때 쓰는 말이죠. 그런데 여기 보면 I’m broken down. 이잖아요. 자기가 부서졌다. 깨졌다. 이게 사람이 부서지거나 깨지는 건 아니겠죠?
학생들: 아…
나: (아까 학생이 하던 ‘헝그리 샤크’가 생각나서) 그 상어 게임에서 나오는 상황이라면 진짜 사람이 broken down하는 무서운 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 노래는 그런 잔인한 게 아니니까…
학생1: 마음이 깨졌다?
나: 그쵸. 마음이 깨지다. 마음이 진짜 힘든 상황, 좌절되고 그럴 때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쳐다도 안보면 낙담되겠죠. 여러분들은 그럼 어떨 때 “broken down”되겠어요?
학생1: 스마트 폰 뺏겼을 때?
학생 2: 셧다운제?
나: ㅎㅎㅎㅎㅎ
학생2: 셧다운제 완전 극혐.
학생1: 진짜 극혐.

===

나: 여기에 조금 어려운 표현이 나와요. “put it down on me” 이게 사실 잘 이해 안될지 모르는데 put은 ‘놓다’라는 거 알죠? 근데 여기에서 왜 ‘down’일까요?
학생들: …
나: 생각해 봐요. 설탕 넣을 때 음식이건 커피에 넣건 아래로 떨어뜨리잖아요. (손을 위쪽으로 빠르게 움직이며) 설탕을 이렇게 넣진 않잖아.
학생1: 그렇게 하진 않는데 (최현석 셰프 광고 흉내 내면서) 요즘 TV에 보면 뭐 넣을 때 다 이래요. 한참 위에서 이렇게 팔 올려가지고.
학생2: 맞아 맞아.
나: (학생 1 흉내내면서 팔을 완전히 올려서 허공에서 양념 뿌리는 포즈) 아 이렇게요?
학생1: ㅎㅎ 네 맞아요. 우리 집에서 이거 했다가는 엄마한테 디지게 맞을 걸. 뭐하냐고.
모두: ㅎㅎㅎㅎㅎ

===

언제부턴가 우린 영어를 공부하진 않는다. 사실 저 위의 ‘학생’이라는 명칭도 잘 맞는지 모르겠다. 친구들은 학교와 학원의 영어공부에 이미 지쳐있는 상태. 처음 몇 달은 ‘그래도 좀 가르쳐 봐야지’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지만, 한 주에 한 번 만남에서까지 스트레스를 받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수업’을 놓아버리고 ‘영어를 가지고 닥치는 대로 이야기를 나누자’라고 마음을 먹으니 친구들도 나도 편해졌다. 어쩌면 친구들도 나도 ‘성적과 진도 걱정이 필요없는 대화와 배움’에 목말랐던 것은 아닐까?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