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들과의 ‘영어공부” 수다

오전에 두 시간 여에 걸쳐 여섯 분의 어머니들을 만났다. 대부분 초등학교 자녀들을 두었다. 나왔던 이야기들을 간략히 정리해 본다.

1. 아이가 영어를 막연히 두려워하고 어려워하는 것 같다. 그걸 깨주고 싶다.

2. 자신이 받은 교육(사립초등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움, 그다지 경쟁적이지 않았음. 형제들과 가끔 영어로 이야기하기도 함)과 지금 아이가 처한 상황(공립학교, 학생들 사이에 경쟁이 심한 상황) 사이에 갭이 크다 보니 아이에게 어떻게 해줘야 할 지 모르겠다. 학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렇다고 영어교육에 큰 돈을 투자할 형편도 아니다.

3. 사교육은 시키지 않고 있다. 다만 교육과정, 교육구조가 너무 복잡해져서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를 때가 많다. 남들보다 뛰어나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남들과 비슷하게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 정도만 되면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에게도 크게 스트레스 주고 싶지 않지만 너무 떨어지면 아이 스스로 별로 안좋아할 것 같다.

4. 다른 과목과 다르게 영어는 교육법이 여러가지다. 더 복잡한 것 같다.

5. 교육과정이나 교과서가 자주 바뀌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 NEAT 이야기 나오면서 이런 저런 유행이 불었는데 그것도 들어가고. 현재로서는 영어교육의 구체적인 목표가 없는 상태이다. 영어를 엄청나게 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으나 놓으면 불안한 게 사실이다.

6. 전에 살던 동네는 아파트 단지여서 소규모 그룹 과외를 자연스럽게 시켰다. 이사온 후로는 그럴 만한 곳도 없고 정보도 없다. EBS에서 하는 책읽기 프로그램을 1년 정도 해봤는데 아주 만족하진 않지만 청취능력은 좀 향상된 것 같다.

7. 학원 왔다갔다 하는 시간, 학원비 등이 솔직히 아깝다.

8. “중학교 가기 전에 문법은 떼고 가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고민하다가 조금씩 시키고 있다.

9. 학원은 문법을 너무 강조해서 별로고 전체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주위 정보를 들어보면 다 다른 것 같고, 결국 아이에 맞춰서 시켜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10. ABCD, 파닉스 떼고 나면 바로 문법에 들어가는데 별로인 것 같다.

11. 손에 ‘콕’ 잡히는 뭔가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잡히는 게 없다.

12. 내가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니 영어를 가르치긴 힘들지만 어떤 방향은 잡아주고 싶다. 그게 쉽지 않다.

13. 방학특강이라고 나오는 게 많다. 일 주일에 세 번, 갈 때마다 4-5시간씩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솔직히 너무 힘들 거 같은데 또 안보내자니 조금은 불안하다. 옆집 애가 간다고 하면 더욱 그렇다.

이런 이야기들이 오가고 나는 ‘뻔한’ 이야기를 해드렸다.

1. 정답을 찾지 말고 원리와 원칙을 생각하자.

2. 사교육은 교육이지만 기업이기도 하다. 기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 그걸 잊으면 안된다. 교육적인 면과 기업의 생존을 모두 추구해야 하는 입장에 서보면 학원의 상담이나 마케팅에 대해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다.

3. 정보는 다양할 수밖에 없다. 개인, 학원, 학교, 주변 학부모 모두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 자기가 경험한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의 이야기는 지하로 사라진다. 우리에게 다가오기 전에 모두 ‘죽어버린다.’

4. ‘영어를 어떻게 잘하나’를 생각하기 이전에 ‘영어를 이만큼 시키면 뒷전으로 밀리는 경험은 무엇인지’를 생각하라. 영어 내부에서 사고하지 말고 아이들의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발달을 생각하라.

5. 많은 정보를 검토했다고 좋은 어머니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정보를 걸러내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6. ‘마감임박’처럼 들어오는 광고에 현혹되지 말라. 아이가 ‘지금 이 순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은 없다. 먹고 자고 노는 것 말고는.

7. 문법을 ‘형법조항’으로 가르치는 선생들이 너무 많다. 문법은 언어라는 도구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게 해주는 도구다. ‘법조항으로서의 문법’에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연장통으로서의 문법’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8. 문법이 필요하냐고 물으시는 분이 있는데 나의 대답은 “필요하다”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법칙 외우고 시험 보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9. 읽기는 문자 해독이 아니라, 문자와 아이의 세계가 만나는 과정이다.

10. 저 사람의 자녀에게 성공한 방법이라고 자신의 자녀에게도 성공적이리라는 법은 전혀 없다. 성공사례를 ‘전파’하는 것은 자유지만, ‘모두를 향해’ 말하는 사람을 주의하라.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두 시간이 금방 흘렀다. 나는 괜히 열을 올리다가 목이 칼칼해졌다. 그리고 예정에 없었지만 다음 주에 한번 더 만나뵙기로 했다. 다음 주에는 외국어에서의 읽기 발달 단계와 원리, 어휘공부에 대한 접근법에 대해 간단히 드리기로 했다. 이후에는 어머니들의 질문과 토론에 참여하는 것으로 하고.

대화를 마치고 오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목마름’이었다. ‘어머니들이 참 목마르구나. 아이들도 그렇겠지.’ 하는 생각. 섯부른 판단은 중지하고 일단 좀더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이었다. 생각의 꺼리는 점점 많아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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