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교육소비자’라는 함정

Posted by on Jul 28, 2015 in 삶을위한영어공부, 영어 | No Comments

1. 영어교육에 관한 사고의 두 축 – 몇 가지 키워드

(1) 정답. 선택. 계획. 실행. 성과. 두려움. 능력.
(2) 원리. 대화. 자율과 책임. 새로운 세계. 행복.

물론 현실의 학부모들이나 영어공부의 양태가 이렇게 반듯하게 둘로 나뉠 리 없다. 다만 최근 몇 주간의 대화 속에서 추출되는 키워드가 서로 다른 ‘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2. 주목해야 할 것은 영어와 자녀에 대한 태도가 바로 교육적 실천으로 연결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즉 적지 않은 학부모들이 2번의 가치를 암묵적으로, 또 진심으로 지지하지만 1번의 전략을 채택(당)하고 만다. 많은 경우, ‘아이가 이런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영어는 이 정도면 된다’라는 생각이 ‘방과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방학에 아이에게 무엇을 시킬 것인가’라는 당면 과제를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다.

3. 가치관과 실행 사이를 채우는 것은 수많은 영어교육 프로그램의 유혹과 친구들과 동네의 ‘압력’, 그리고 ‘무능력한 부모’로서 ‘실패한 자녀’를 대면해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때로는 부모 뿐 아니라 아이들도 자신을 또래와 비교한다. 가치와 실행을 연결하는 것이 자녀와의 대화라기 보다는 상업 담론과 주변의 압력인 셈이다.

4. 나는 영어교육의 문제를 조금씩 풀어가는 데 있어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보다는 ‘자신과 아이를 대화적/실행적 주체로 키워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훨씬 더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많이 듣고 배워서 아이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하겠다’가 아니라 ‘아이와 끝없이 대화하고, 그 속에서 자신도 자녀도 삶의 선택에 대해 책임지는 주체로 성장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이라는 말이다.

5. 우리가 ‘올바른 선택’이라는 프레임으로 영어교육의 문제를 풀어내려 할수록 유혹과 압력, 공포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합리적 교육소비자가 되라”라는 말에 들어있는 가장 무서운 함정은 ‘합리성’을 정의하는 담론 대부분이 자본의 이익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6. 대형마트의 수많은 시리얼 상자들이 선택의 자유를 확대한 것이 아니듯, 수많은 학습법과 프로그램들이 배움의 자유를 확장하진 못한다.

덧댐:

빙글빙글.

교사, 학부모, 사교육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연일 들으면서 ‘빙글빙글’이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모르지만 얼추 비슷하게 생긴 이야기들. 배열만 바꾸어 놓으면 몇 가지 템플릿에 맞춰 넣을 수 있는 이야기들.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들. 빙글빙글, 글빙글빙, 빙빙글글…

문제는 빙글빙글 돌다 보면 어지럽고, 좀더 돌다 보면 지쳐 쓰러지기도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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