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꿈은 계속된다

Posted by on Jul 30, 2015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폐허가 된 공장을 걷고 있었다. 액션 영화의 마지막에 험상궂은 아저씨들과 정의의 주인공들이 한판 붙는 음산한 세트장 느낌이다. 옆에는 ㅈㅈㄱ 교수(좋아할만한 사람은 좋아하고 싫어할만한 사람은 싫어하지만 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바로 그 양반)가 나란히 걷고 있다. ‘어라, 왜 이 양반이 나랑 있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하이톤의 다급한 목소리가 날아든다.

“빨리 가지고 나갑시다.”

둘러보니 각종 조명을 만드는 공장이다. 일반 형광등에서 희귀한 전구, 인테리어용 장식등, 책읽을 때 딱 좋을 스탠드까지. 보니 이 양반 쓸만한 물건을 꽤 챙겼다. 내 손에는 달랑 전구 몇 개가 들려 있다.

발걸음을 재촉하여 입구에 다다랐을 즈음,

“어이, 거기 물건값은 내고 가셔야지. 그냥 가시면 섭한데.”

분명 버려진 공장이었는데 입구에 좀 무섭게 생긴 아저씨들이 자리를 펴고 드문 드문 앉아 있다. 순간 쫀 나는 ㅈ교수에게 ‘돈 낼까요?’라는 눈짓을 보낸다.

“무슨 돈을 내요. 빨리 갑시다.”

아 눈치는 정말 귀신같은 양반이구나.

힐끔힐끔 뒤를 돌아보며 질척거리는 언덕을 겨우 올라 차에 탔다. 그는 가까운 곳에 괜찮은 식당이 있으니 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근데 우리 같이 밥먹을 정도로 친해요? 나 아저씨 책 안읽은 지도 오래되었는데.’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꿈인 줄 알았으면 그냥 말했을텐데, 쩝.

식당에 들어서는데 과 후배들이 뒤풀이를 하고 있다. (그게 뒤풀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는지 잘 기억이 안나지만, 확실히 뒤풀이 분위기였다.) 그런데 맙소사! 이 친구들, 나이를 안먹었어! 아직도 대학생이야! 얼굴도 말투도 그대로고! 왠지 엄청 억울하다.

“어 형… 진짜 오랜만이예요. 근데 저분은…”
“맞아. 그분이야. 같이 먹을까?”
“네네.”

잘 알지도 못하는 교수와 수십년 전 후배들과 밥을 먹게 된 이 황당한 시츄에이숑. 그 와중에 그분은 특유의 말빨로 좌중을 압도한다. 후배들 밥숟가락 놓고 듣네. 지난 번 꿈에서 숫자는 잘도 기억나더니만, 그 양반이 무슨 말을 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식사가 끝나고 집에 데려다 주시겠다 해서 넙죽 고맙다고 했다. 그런데 이 양반 불쑥 던지는 말. 요즘에는 아무리 책을 써도 돈이 안된단다. 혹시 주변에 할 일 없냐고 물어본다.

‘나도 할 일이 없구만 무슨 소개까지…’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꾸욱.

집앞에 거의 다 왔는데 앞집 사는 착한 초등학생 하나가 나와 있다. 어? 근데 이 소년 교수님을 아는 눈치네?

갑자기 둘이 불어로 막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내가 소개시켜 줘서 얼마 전부터 불어 과외를 하고 있다고. @#%@^@$!

뭐가 뭔지 모르겠다. 오늘은 반드시 집(인지 한증막인지)을 탈출하리라! 개꿈도 탈출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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