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거짓말을 계속 해야 하는 스피킹 대비 훈련

Posted by on Jul 31, 2015 in 삶을위한영어공부, 영어 | No Comments

오늘 서점에서 오랜만에 토익 수험서를 훑어보았습니다. 토익 스피킹에 아래와 같은 종류의 질문이 나오나 봅니다.

“최근에 옷을 언제 샀나요?”
“일년에 라이브 공연에 몇 번이나 가나요?”

수험서들은 이런 문제에 대한 전략적 대비를 강조합니다. 그래서 ‘모범 답안’ 같은 것을 주죠. 예를 들어 “얼마 전에 정장이랑 셔츠를 샀다.” “서너 번 가는데 주로 락이나 힙합 공연이다.” 이런 문장들이 한국어와 영어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모범답안을 외웁니다. 외우는 게 잘못은 아닙니다. 아니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외울 수 밖에 없죠. 그런데 그 문장들을 자기에 맞게 고쳐 외우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합니다. 그냥 주어진 대로 암기하는 경우가 꽤 되지요.

그러다 보니 사지도 않은 정장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가보지도 않은 곳에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하게도 됩니다. 갑자기 없던 여동생이나 드론이 생기기도 합니다. 관심도 없던 주제에 ‘확고한 자기 의견’이 생겨버리기도 하죠. 본의 아니게 ‘사소한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거짓말로 피해 볼 사람이 없기에 큰 문제는 아닐 수 있습니다. ETS가 사설 탐정을 고용해서 특정 수험자에게 정말 여동생이 있는가, 그집 옷장 안에 최근 구입한 정장이 진짜 있는가를 추적하지도 않겠죠.

하지만 이것은 효율성의 극대화가 지상최대의 과제가 된 사회의 사소한 비극입니다. 영어, 좀더 정확히 말해 ‘영어점수’를 위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관련 없는 이야기를 자기 이야기인양 하고 있는 풍경은 결코 멋지지 않죠.

시험공부를 위해 문장을 암기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그 문장의 의미가 우리 삶과 어긋나는 거라면 어떨까요? 영어 일기를 쓰기 위해 영어를 배우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영어일기용 문장을 줄줄 외우고, 이를 엮어서 일기를 써야 하는 상황이라면요? 누구도 이로 인해 큰 피해를 보지 않는다고 해서 괜찮은 걸까요? 어쩌면 이런 ‘사소한 비극’이 차곡 차곡 쌓여 우리 삶을, 공부를 갉아먹고 있는 건 아닐까요?

#삶을위한영어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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