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몰입교육 그리고 삶의 기회비용

Posted by on Aug 3, 2015 in 삶을위한영어공부, 영어 | No Comments

 

영어를 단기간에 잘할 수 있는 방법? 그런 건 없습니다. 너무 자신있게 이야기하나요?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말하기와 듣기를 기준으로 우리말의 기본체계가 어느 정도 완성되는 데 최소 6-7년이 걸립니다. 태어나서 초등학교에 진학할 때까지 아이들은 먹고, 자고, 놀면서 언어를 배우는 데도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한 겁니다. 말하자면 ‘완벽한 한국어 몰입교육’ 상황에서도 6-7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죠. 그런데 외국어로 배우는 영어가 단기간 안에 습득될 수 있을까요? 광고 속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주별로, 지역별로 차이가 조금씩 있지만 미국의 파닉스 교육은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5-6년 까지 지속됩니다. 외국어도 아니고 자기 모국어의 글자-소리 조합을 배우는데 이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6개월에 파닉스를 ‘떼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그 기간 안에 진도를 다 나가지 못해서 ‘파닉스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고 있다’며 한탄하는 경우도 여러 번 보았습니다.

한국과 같이 영어가 외국어인 나라에서 영어를 쉽게 배울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몰입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어차피 의지로 되지 않을 것이니,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환경’을 제공해서 ‘자연스럽게’ 말을 배우게 하자는 것입니다. 개인적 의지의 나약함을 생각하면 일면 타당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에는 커다란 함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영어 몰입교육에서 영어 습득의 기회와 가능성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어 이외의 경험과 배움의 기회는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요.

그렇기에 아이들의 전인적 성장에 있어서 무엇이 우선순위인지를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미시경제학의 기본 개념 중 하나인 ‘기회비용(機會費用)’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방학이면 많은 학생들이 몰입교육을 위해 해외연수를 떠납니다. 그런데 영어만을 써야만 하는 상황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어를 쓸 수 없다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자유 자재로 표현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죠.

또 모든 아이들이 외국어 몰입 상황을 즐기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기에 부모는 무조건 연수를 보내려 하지 말고, 먼저 연수 정보를 숙지하고, 맞딱뜨릴 상황을 그려보면서 아이와 깊은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연수 결정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영어 연수기간 만큼 한국어로 책을 읽고 토론하는 학생들보다 한국어 발달의 기회는 줄어듭니다. ‘한국어야 자동으로 발달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이는 일상 회화 수준에서나 맞는 이야기입니다. 리터러시, 특히 긴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은 평생에 걸쳐 발달합니다. 방학 때 오로지 영어를 선택했다면, 한국어 리터러시의 발달 기회는 사라진 것이죠.

요는 어떤 교육적 시도이든지 ‘영어’가 아니라 ‘총체적 경험’, 즉 아이의 삶을 중심에 놓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는 만큼 자녀의 의견 또한 구해야 되는 것이죠. Yoonhee Toni Na​님의 말씀처럼 부모라고 해서 ‘다 너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니 참고 따르라’며 답정삶(답이 정해진 삶)’을 강요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삶을위한영어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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