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 잡담

Posted by on Aug 7, 2015 in 삶을위한영어공부, 영어, 일상 | No Comments

선배 만나 이야기 하면서 들었던 영어교육에 관한 생각들. 이후 확장하기 위해 남겨둡니다. 답없는 개인적 단상입니다.

0. 75-80 퍼센트의 학생을 ‘버리고’ 가는 교육은 교육이 맞나? ‘공부를 안하는 아이들’이라는 낙인은 ‘입시체제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이라는 뜻일 뿐, ‘공부를 정말 싫어한다’라는 뜻은 아니지 않나? 어쩌면 이 거대한 체제는 교육적이지 않은 활동을 교육이라고 부르면서 교육 본연의 활동들을 교육 바깥으로 내몰고 있지는 않은지.

1. 500억 짜리 NEAT가 엎어졌는데 책임자가 없다. 회사에서 500억 짜리 프로젝트를 하다가 엎어졌다면?

2. 프로젝트가 엎어졌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최소한 실패의 원인과 추후 발전 방향을 면밀하게 분석한 백서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근데 그런 것도 없다.

3. 교육과정을 바꾸려면 중장기적 연구가 필수인데 한국은 뭐든 빨리 빨리다. 이번 교육과정 개편도 마찬가지. 게다가 영어과 수능의 ‘절대평가’는 우리가 아는 의미의 절대평가가 아니라고 한다. 교묘한 용어 물타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4. 교사들이 자신이 가르치는 대로 평가를 하지 못하고, ‘모든 교사가 합의하는 안전한 방식의 평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 교사 전문성을 떨어뜨린다. 교과서에 맞추어 가르치고, 그것에 맞추어 평가를 해야 하는 상황은 매우 부자연스럽다.

5. 교과서를 열심히 연구해서 가르쳐도 교육과정이 바뀌면 다시 공부해야 하는 상황. 그런데 만약 자신이 관심있는 주제로 계속해서 강의를 할 수 있고 그게 계속 쌓여간다면?

6. 영어교육 분야의 세부전문가는 많지만, 정작 큰 차원에서 정책을 이끌어 갈만한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있는가?

7. 정책을 개발하기 전에 기초연구를 하자. 평가체제를 개혁하려면 평가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8. 뛰어난 교사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고등학교 체제에서 결국 입시에 복무하게 된다.

9. 핀란드의 경우에는 장애학생,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많은 보조교사들을 채용한다. 그리고 실력에 관계없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다르니 학교별로, 수준별로 가르치자’는 접근법과는 전혀 다른 방식. ‘아이들이 다르니 분리하자’가 아니라, ‘다른 아이들이 모여서 배울 수 있도록 실질적 도움을 주자’라는 쪽인 듯.

10. 교사 대 학생 비율 더 줄여야 한다. 교육예산에서 새는 부분이 없는지 최대한 점검하자. 잡다한 비용을 줄이고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11. 핀란드 영어교사의 경우는 대개 2과목을 가르칠 수 있다. 모든 교사가 석사학위를 소지하고 있는데, 영어 말고 다른 과목을 가르칠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필요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12. 교실에서 서로 다른 수준의 아이들이 같이 공부하도록 실험하면 어떨까?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과학 지식을 파워포인트로 정리해서 발표하고,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팝송 가사를 정리해서 공유하고, 영어가 별로인 학생들은 주변의 간판과 광고에 나타난 영어 표현을 정리해서 발표하고, 교사는 이들을 조율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지도하고…

13. 대학의 특정한 학과가 학문적, 실천적 동력을 잃는 건 쉬운 일이다.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드는 교수들이 많아지면서 학생들은 큰판을 볼 수 없게 된다.

14. 교사가 자신의 가르침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때 아이들도 자신의 배움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선생과 학생의 만남에서 그 누구도 희생되어서는 안된다.

15. 용어의 정의는 중요하다. ‘실용영어중심 교육과정’이라면 ‘실용영어’를 정의해야 한다. 정치적 구호가 아닌 ‘실용’의 의미는 어떻게 정의해야 하나?

16. 넓게 보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더 자주 만나야 되겠구나. 아무리 노력해도 볼 수 없는 것을 몇 번의 만남으로 보게 되잖아.

17. 사교육 강사들은 그들만의 보상체계가 있다. 공교육 교사들은 어떤 보상체계가 가능한가?

18. 작문교육을 관련 이야기를 하면 거의 모든 교사들은 ‘평가기준’을 묻는다. 작문교육에 대해 진지한 공부를 해보지 않고 ‘객관적 평가’를 먼저 걱정하는 것은 일종의 징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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