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단어공부를 했다

진짜 오랜만에 단어 공부를 했다. 단어 암기는 이제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몇 년 만에 공부하면서 어휘학습과 관련해 생각한 바를 남겨 놓는다. 아래는 과학적 어원 분석이 아니라 기억술(mnemonics)에 의존한 학습법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1. 단어의 한 부분이 기존에 알던 단어인 경우 그 단어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예1) fogdog – 딱 보는 순간 “안개 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단어는 fog와는 관계가 있지만 dog과는 관계가 없다. Dictionary.com에 의하면 “a bright spot sometimes seen in a fog bank”라는 뜻이라고 한다. fog bank는 “무봉(해상에 층운 모양으로 끼는 짙은 안개)”이라는 의미다.

이런 경우에는 단어의 의미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진술하는 암기법이 필요해 보인다. “fogdog은 dog이 아니야. fog랑은 관계가 있지만.” 이런 식의 문장을 여러 번 되뇌이는 것이다. (잘못하면 ‘이건 fog랑 관련이 없지만 dog이랑 관련이 있어’가 된다! ㅠㅠ)

예2) quiddity -이건 나에게 quixotic(돈키호테의, 현실성 없는)이라는 단어와 oddity(괴상함)을 연상시킨다. 그런데 의미는 “어떤 사물의 본질적 특성”이라고 하니 느낌과 완전히 반대다. 중간에 나오는 ‘id’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프로이트 심리학의 본질’로 연결해 볼까 했는데 솔직히 무리수다. 이건 진짜 안외워질 듯하다.

2. 워드ㅅㅍㅈ인가… 얼토 당토 않은 말장난을 동원하여 영어 단어 외우게 하는 책. 하지만 누적 판매량은 꽤 되는 것 같다. 사실 이 방법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적절하게 사용하면 된다. 예를 들어 나는 cabbage를 다음과 같이 외웠다. (적절한 사용예라고 우기고 있음.)

“역시 야채는 양배추가 캡이지(cabbage)!

이런 방법을보통 ‘키워드 테크닉’이라고 부른다. 단어와 의미 사이에 자신만의 연결고리 즉 키워드를 끼워 넣는 방법인데, 주로 발음과 관련된 말장난이 동원된다.

문제는 ‘남이 만들어 놓은 키워드’를 가져다가 단어를 외우려고 할 때다. 특히 키워드 테크닉만으로 된 어휘집의 경우에는 (1) 저자의 노하우가 들어있는 것으로 저자에게 적합한 키워드 테크닉이 독자에게도 적합하리라는 보장이 전혀 없고 (2) 키워드 테크닉만으로 책 한권을 만들다 보니 상당한 무리수(전문용어로 어거지)가 동원된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키워드 테크닉이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분은 책을 사서 통째로 암기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키워드를 만들어 가는 편이 나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에 만난 단어 중에서 “jiggery-pokery”가 있다. 사실 이 단어가 부정적 뜻을 담고 있다는 건 줄곧 기억하고 있었는데 정확한 의미를 자꾸 까먹어서 이번에 이렇게 외워보았다.

“친구한테 속임수를 쓰다니 이게 무슨 짓거리포커리(jiggery-pokery)야?”

jiggery-pokery는 ‘속임수, 사기’ 정도의 의미다.

3. 단어의 의미를 그 성분으로 쪼개어 외울 때가 있다. lackadaisical이 바로 그런 경우. “without interest, vigor, or determination; listless; lethargic”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나의 감으로는 ‘히매가리가 없는’ 정도에 가장 근접한 단어다.

이 단어를 보면 lack이 있고, daisi(daisy)가 있다. 내 마음 속 아름다운 모습의 데이지를 그리고, 데이지가 사라진 ‘히매가리 없는’ 상황을 그려본다. 그리고 ‘lackadaisical’을 보고 ‘데이지가 없으니 히매가리가 없군’하고 몇 번을 되뇌인다.

오늘 오후는 상당히 lackadaisical 하구나.

4. 꽤나 긴 단어 중에 floccinaucinihilipilification 이 있다. 무언가를 무가치하게 여긴다는 뜻이라는데, 평상시 대화나 글쓰기에서 이 단어 자체가 무가치해 보인다.

오늘의 결론: 단어 공부 좀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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