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불만 & 소소한 즐거움

Posted by on Sep 2, 2015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1. 대학원 수업 35명? 전산착오인 줄 알았다. 오전에 과사무실에 직접 가서 문의했더니 아무 착오가 없단다. 전공필수냐고 했더니 그것도 아니고 그냥 선택이란다. 어떻게 된 거냐고,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더니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고 한다. 점수를 좀 후하게 준다는 소문이 돈 것일까? 솔직히 학부 전공도 35명이 되면 힘든데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

2. 영어교육 방법론 첫 시간. 딱딱한 개념을 풀어내기 위해 영화 장르에 대한 지식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늦게 들어온 학생 하나. 뒷자리는 늘 먼저 온 학생들의 차지다. 맨앞 자리를 잡은 학생은 가방을 내려 놓고 내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계속되는 영화 관련 이야기. 이 학생 슬슬 눈치를 보더니 가방을 들고 나가려고 한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인가? 돌아선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이거 영어교육과 수업 맞나요?””
“네네. (실러버스를 들고) 이거 드리려고 했는데… 근데 왜 나가시려고 하셨어요?”
“아, 영화 이야기를 계속 하셔서…”

졸지에 영화과 선생이 되었다.

3. 수업을 마치자 마자 도착한 반가운 고등학교 동기의 문자. 이번 학기 강의를 한다고 들었는데 같은 학교, 같은 요일이었다니! 3년 만에 처음으로 학교에서 친구와 같이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기쁨을 누렸다.

4. 강사 대기실. 한두 번 온 곳이 아니지만 침묵과 어색함이 꽉찬 공간은 여전히 불편하다. (이 분위기는 박민규의 <갑을고시원 체류기>의 강사판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그런데 3년 만에 처음으로 다른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으니…

선생님: (자기 앞의 공용 컴퓨터를 가리키며) “혹시 컴퓨터 쓰셔야 되는 거예요?”
나: “아뇨, 괜찮습니다. (노트북을 꺼내며) 쓸 거 가져왔거든요.
선생님: 아 네네.

(침묵)

선생님: “그럼 이제 수요일마다 뵙게 되는 건가요?”
나: “네네. 수요일에 강의가 있어서 그렇게 되겠네요.”
선생님: 저는 여기에서 교육사회학 강의하는 김ㅁㅅ 이라고 합니다.
나: “네, 저는 영어교육과의 김성우입니다. 반갑습니다. 교육사회학은 잘 모르지만 가끔 관련된 책을 읽기도 하네요.”
선생님: “아 그러세요? 어떤 책을?”
나: “아, 부르디외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게 되더라구요. 전공 서적을 읽다 보면 자주 나와서요.”
선생님: “아, 그렇죠. 그럼 저는 수업 하러 가보겠습니다.”
나: “네네. 또 뵙겠습니다.”

연배가 있으신 분인 듯한데 먼저 말걸어 주시고 인사 나누어 주셔서 감사했다. 적어도 숨막힐 듯한 침묵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구나.

5. 하늘이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비가 세차게 쏟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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