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작문 두 번째 시간 복기

1. 영작문 향상을 방해하는 몇 가지 요인이 있는데요. 오늘은 먼저 이 이야기를 해볼게요.

(1) 쓸 이야기가 없다: 이런 생각 많이 하실 거예요. ‘내가 영어로 써야 할 이야기가 뭐 있나. 한국어 글쓰기도 잘 안하는데.’ 사실 일상 생활에서 영어를 하나도 쓰지 않는 나라에서 이런 생각은 당연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진짜 쓸 거리가 없을까요?

세상에 쓸 거리 찾기 참 힘들어요. 그런데 말이죠. 세상 그 누구보다 여러분들이 잘 아는 게 있어요. 세계적인 학자들보다, 교수들보다, 엄마나 형제 자매보다, 그 어떤 사람보다 여러분이 잘 아는 주제.

맞아요. 여러분 자신입니다. 여러분의 인생은 여러분이 가장 잘 알거든요.

쓸 거리가 없는 분들은 먼저 자기 이야기를 써보세요. 생각, 상상, 의견, 불만, 슬픔, 행복, 사랑, 이별, 분노 등등. 그 어떤 것이어도 좋으니 쓰세요. 내용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 아무 걱정 마시고요. 여러분의 삶에 대해서는 여러분이 제일 잘 안다는 거 잊지 마세요.

(2) 정확하게, 완벽하게 써야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결론부터 말할까요? 세상에 자기 글에 진짜로 만족하는 사람은 없어요. 어느 정도의 만족이 있겠지만, 완벽한 글은 없다는 거죠.

그러니까 영어 문장을 쓸 때 정확성(accuracy)이나 완벽함을 목표로 두지 마세요. 스케이트 처음 타면서 김연아 비슷하게 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나, 피아노 처음 치면서 라흐마니노프를 술술 연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그게 이상한 거죠. 그런 사람은 스케이트나 피아노 배우면 안됩니다. 성격만 버리거든요.

그럼 우리가 ‘네이티브’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글을 잘 쓸까요? 사실 그것도 사람마다 달라요. 방금 이야기했듯 글은 누구에게나 힘든 작업이거든요. 글이 힘든 건 네이티브에게도 마찬가지라는 말이죠.

이 점에 대해서 좀더 생각해 보죠. 네이티브니까 우리보다 좀더 쉽게 쓰는 건 분명해요. 생각해 보면 너무 당연한 거잖아요? 여러분들 모두 모국어가 한국어라고 했죠? 대부분 한국에서 살아왔으니 20년 간 한국어 듣고 말하고 읽고 쓴 양을 생각해 보세요. 쓴 건 없다고요? 과제도 별로 없다고요? 그럼 매일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에 치는 텍스트만 생각해 봐요. 얼마나 될까요? 어림 셈만으로도 여러분들의 한국어 사용량과 한국어를 교실에서 외국어로 배운 사람들의 한국어 사용량은 비교가 안되지요.

이 점은 분명해요. 우리가 영어 몇 년 공부한 것 가지고 수십년 간 영어를 모국어로 쓴 사람들보다 영어를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죠.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우리도 특정한 영역에서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을 가능성은 있다는 거예요.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쌓으면 되는 거죠. 그러다 보면 가치있는 글이 나올 수 있어요. 시간이 필요하지만요.

제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완벽함’이라는 가치가 환상이라는 거예요. 완벽한 작문은 존재하지 않아요. 정도의 차이일 뿐 모든 글은 미완성이죠. 그러니까 완벽하게 쓰겠다는 꿈은 접으세요. 아무도 못하는 거니까.

대신에 꾸준히 쓰세요. 그러다 보면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조금씩은 하게 되거든요. 완벽하지 않아도 좋은 글을 쓰게 됩니다. 세계적인 신문 잡지에 실리는 글만이 좋은 글은 아니예요. 누군가에게 읽히는 글이 좋은 글이고, 누군가에게 정보를, 마음을 전달하는 글이 좋은 글이예요.

기억하세요. 정확성은 좋은 글을 이루는 요건 중에서 아주 작은 일부분이예요. 오늘 발표한 6단어 비망록, 참 좋았어요. :)

(3) 글을 많이 읽다 보면 쓰기는 따라온다: 이번에 영작문을 늘리기 위한 전략을 쓰는 과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게 ‘좋은 글을 많이 읽는다’였어요. 영어로 좋은 글을 많이 읽어서 쓰기 실력을 향상시키겠다는 거, 좋은 아이디어예요. 그런데 저는 이 아이디어에 반만 동의해요. 왜 그런지 설명해 볼게요.

지식과 간접경험을 넓히기 위해 책을 많이 읽는 건 반드시 필요한 일이죠. 세상 수많은 일들을 직접 경험해 볼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책을 많이 읽는다고 쓰기가 바로 향상될까요?

여기에서 중요한 개념 하나를 소개해 볼게요. 어떤 언어이든 읽거나 이해할 수 있는 것과 쓰거나 산출할 수 있는 것 사이에는 간극이 있어요.

한국어 예를 들어 볼게요. 여러분 뉴스 보시죠? (네~) 뉴스 보면 특별히 어려운 경제 용어나 과학 용어가 나오지 않는 이상 다 이해하시죠? (네~) 그런데 그걸 다 이해한다고 해서 여러분들이 뉴스 스크립트를 쓸 수 있나요? 제 말은 잘 쓸 수 있냐는 거죠. 사실 아주 단순한 일기예보 스크립트를 쓰려고 해도 쉽지 않을 거예요.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모국어의 경우에도 읽기와 쓰기 사이의 간극이 명확히 존재한다는 겁니다.

근데요. 여기에서 슬픈 소식이 하나 있어요. 그건 뭐냐면… 제2 언어, 즉 외국어의 경우에는 이 간극이 아주 커진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영어로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방송 스크립트를 영어로 작성하는 건 모국어인 한국어의 경우보다 훨씬 더 힘들다는 거죠.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영어 독서를 많이 한다고 해서 영어 글쓰기가 팍팍 느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영어 글쓰기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영어 글쓰기를 위한 독서를 해야 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앞으로 조금씩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거예요. 앞으로 몇 가지 전략을 소개해 드릴게요.

(4) 단어를 잘 몰라서 못쓰겠다: 사실 저도 단어를 좀더 많이 알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 경험상 ‘단어가 부족해서’라는 말은 반만 맞는 거더라고요.

단어를 계속해서 열심히 공부하시는 건 좋은데, 단어를 많이 안다고 해서 그게 다 글이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단어도 수용어휘와 산출어휘가 있어요. 여러분들이 어떤 단어를 보고 이해할 수 있다고 해서 그걸 글에 바로 쓸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단어를 계속 외우더라도 산출어휘를 생각하면서 외우셔야 글에 반영될 수 있는 거예요.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더 보탤 게 있어요. 쓰기에 있어서 ‘어휘를 아는 것’이 개별 단어에 대한 지식에 그쳐선 안됩니다. 언어학에서 흔히 말하는 collocation 즉 연어를 알아야 하는 거죠. 이에 대해서는 전에 짧게 써 놓은 글로 대신하도록 할게요.

[유용한 영어학습사전 OZDIC] 이전에도 잠깐 소개했던 적이 있었던 Collocation (연어) 사전을 소개합니다. ozdic.com 인데요. Oxford 에서 만든 연어 사전입니다. 정의와 예문, 그리고 용례가 중심이 되는 사전과는 다른 구조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scream (명사)를 찾으면 이런 식으로 답이 나옵니다.

scream noun

ADJ. high-pitched, loud, piercing, shrill | muffled, stifled | blood-curdling, hysterical, terrible, terrified

VERB + SCREAM give, let out | hear

SCREAM + VERB echo, ring out His screams echoed through the empty house.

PREP. with a ~ She reacted to the news with hysterical screams. | ~ for a scream for help | ~ of screams of laughter/terror

이미 알고 있는 단어라도 문장 안에서 쓸 수 있어야 제대로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죠.

예를 들어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학습자가 “균형”이라는 단어를 배웠다고 해서 바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균형을 “잡다”, 균형을 “깨다”와 같이 같이 쓰이는 동사를 익혀야 하고, “적절한” 균형, “완벽한” 균형 등과 같이 같이 쓰이는 형용사를 알면 더욱 좋겠죠. 이런 단어 없이 균형이라는 단어를 단독으로 쓰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영어를 예로 들어 볼까요? 영어에서 ‘균형’에 해당하는 명사는 balance.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있겠지만 일상생화에서 이 단어를 단독으로 사용할 수는 없겠죠? 그렇기 때문에 ‘balance’ 앞에 동사가 와야 해요. 그럼 ‘균형을 잡다’라는 의미로 가장 많이 쓰이는 동사는 뭘까요?

이게 조금 어려운데 strike를 가장 많이 씁니다. strike a balance 이렇게요. 유지한다고 하면 maintain 같은 동사를 쓸 수 있을 거구요. 그런데 ‘balance’ 앞에 ‘어떤 균형인지’를 설명할 수 있는 형용사가 올 수 있어요. 예를 들면 ‘a perfect balance’ 이렇게요. 그런데 균형을 잡는다는 건 여러 가지 요소를 동시에 고려하는 것을 의미하죠. 그래서 뒤에는 ‘balance between A and B’ 이렇게 오는 경우가 참 많죠. 그래서 저는 이런 비현실적인 문장을 만들어 봤어요.

He managed to maintain a great balance between work and life.(그는 직장과 삶의 최적의 균형을 그럭 저럭 잡았다.)

이걸 아까 말한 콜로케이션의 관점에서 보면 이렇게 되는 거죠.

balance
a great balance
maintain a great balance
maintain a great balance between work and life
manage to maintain a great balance between work and life.
He managed to maintain a great balance between work and life.

물론 이것이 우리 머리 속 문장 생성 과정을 나타내진 않아요. 하지만 우리가 표현을 익힐 때 이런 접근을 염두에 둘 수 있다는 거죠.

어느 정도 단어 실력이 되시는 분은 OZDIC같은 연어 사전을 자주 사용하시면서 공부하시길 권해드립니다. 단어의 뜻을 아는 것은 단어 학습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라는 걸 기억하시고요.

http://www.ozdic.com/

자 오늘은 이정도로 하죠.

아참, 다음 시간 과제는 두 가지인데요.

(1) 6단어 비망록을 설명하는 단락 쓰기 – 제목은 6단어 비망록으로 하시고요. 이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는 단락을 써오시면 됩니다.

(2) 자기가 써보고 싶은 주제 아무거나 골라서 써보기 – 첫 쓰기 과제이니만큼 원하는 주제에 대해서 마음껏 써보세요. 교재에 나와 있는 거 생각하지 말고 여러분들이 쓰고 싶은 것을 쓰시면 됩니다.

이상입니다.
다음 주에 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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