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교 앞 정류장

Posted by on Sep 27, 2015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한 20년 쯤 지난 일이다.

고덕동에서 좌석버스를 타고
동대문 운동장으로 향했던 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40분이 넘도록
단 한 사람도 타지 않았던 것.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자가용 운전사’ 아저씨가 물었다.

“어디에서 내리면 제일 좋아요?”
“조금 더 가시다 보면 육교 있는데요. 거기서 건너거든요.”
“육교요? 알았어요.”

잠시 후 차는 정확히 육교 앞에서 멈춰섰고
나는 ‘감사합니다. 추석 잘 보내세요!’를 외치며 땅을 밟았다.

홀연 사라져버린 사람들.
적막감 감도는 도시.

하지만 마음은
왜 그리 차오르던지.

‘나를 데려다 준 버스는
지상의 버스가 아니었던 거 같아.’

깊어가는 가을밤
오직 나에게만 존재했던
육교 앞 정류장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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