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좀 속상한 날

Posted by on Oct 4, 2015 in 단상, 일상 | No Comments

 

점심 먹고 오는 길. 냥이 밥 주는 아주머니가 부르신다.

“여기, 여기 (집앞에) 가져다 놓은 고양이 집 못봤어요?”
“네? 고양이 집이요?.”
“응. 이쁘고 좋은 거 누가 버렸길래 가져다 놨는데, 그걸 누가 또 쓱 가져가 버렸네.”
“아… 저는 보지도 못했는데요.”
“요즘 동네에 고양이 약먹여서 죽여서 수가 줄었다고…”
“아 누가 그런 짓을 하나 모르겠어요. 그거 범죈데.”
“범죄지, 사람이 그러면 안되지.”

그런데 옆에서 듣고 있던 동네 할머니 한 분이 나를 향해 한 마디 쏘아붙인다.

“데려다 키울 거예요?”
“아뇨. 데려다 키우지는 않을 건데요. 제가 키우든 안키우든 약놔서 죽이면 범죄라구요.”

한마디 더 하고 싶었는데 겨우 참았다. 휴.

뒤돌아서 집쪽으로 오는데 길냥이에게 밥을 주고 있던 아내가 내 쪽으로 손등을 들어 보인다.

“밥 주는데 막내가 할퀴었어.”
“어? 어디 보자. 괜찮아?”
“그렇게 심하진 않아. 다행히. 근데 피가 좀 나네.”
“아 그러네… 소독약 사러 갔다 올게. 씻고 있어요.”

동네 약국에서 소독약과 밴드를 사왔다. 오면서 내내 드는 생각.

‘고양이 죽이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할매도 밉고, 밥주는 손 할퀴는 냥이도 밉다. 다들 ‘모르고’ 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좀 미운 건 어쩔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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