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 EXPO 후기

아주 친한 사람(?)이 회사일로 참여하는 자리라 둘러볼 겸 해서 다녀왔다.  느낀 점 몇 가지.

1. EXPO라는 이름을 왜 붙였는지 모르겠다. 참여하는 업체도 몇 개 안되고, 강연 등의 프로그램도 별로 없었다. 쪼그라든 EXPO는 영어교육업계의 불황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2. 학생들에게 여러 차례 들었던 책 <천O문>의 저자 강연을 부분 부분 들었다. 영어교육을 전공한 사람들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정보였지만, 특유의 ‘말빨’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강연에서 강조한 키워드는 다음과 같았다.

–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이나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이라는 용어보다는 ELF(English as a lingua franca) 혹은 World Englishes 라는 용어에 집중해야 할 때. 언어제국주의(linguistic imperialism)에서 벗어나야 함.

– 전통적 어휘 문법 교육을 넘어서 어휘 청크(lexical chunks)학습으로의 전환 필요.

– 한국에서 영어교육법? 다독이 최고.

그런데 이제 학원 안하고 출판사에 올인중이라고 함. (나는 아직도 그가 학원을 열심히 하는 줄 알고 있었음. 사교육 판에 관심이 없으니 ㅠㅠ)

3. 국내에 들어와 있는 한국뉴욕주립대학교, 유타대학교 등이 부스를 마련했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것은 벨기에의 겐트 대학교도 송도에 글로벌 캠퍼스를 마련했다는 것. 상담해 주는 이들은 본교 교수진이 가르치고, 본교 졸업장이 나온다는 걸 강조하더라.

4. <내일학교>라는 대안학교에서 작은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컬럼비아 대학교, UC Berkeley 등의 문구가 보이길래 ‘속물적이군’ 하며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학생들이 만든 문집을 뒤적거리다가 깊은 인상을 받고 선생님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흥미로왔던 것은 이 학교가 정식 고등학교 졸업 인가를 받지 못하는 대안학교로 자연친화적인 공동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학교를 학생들과 교사들이 힘을 합해 지었다고!) 즉, ‘빡센 영어교육’이나 ‘입시위주의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1회 졸업생 5명은 한국 대학을 아예 포기하고 어학원 > 커뮤니티 칼리지 > 전학(transfer) 과정을 통해 미국 대학에 진학했다고 한다.

참 특이한 사례라서 남겨 놓는다. 좀더 살펴보기 전까지 개인적 평가는 유보.

5. 어제 이곳에 올린 얼토당토 않은 광고들이 자꾸 생각난다. 제품과 서비스를 팔아먹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무리수를 부른다. 그런데 그 무리수가 대중들에게 비웃음을 당할 정도라면 문제가 심각한 것 아닌가? 한국어가 세계에서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라니… 시O같이 큰 영어교육 업체가 할 말인가 말이다.

6. 영어교육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척하고 부스를 돌아보는 건 참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근 10년 만에 나온 EXPO에서 본 건 참으로 멋없는 영어교육계의 맨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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