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시작, 그리고 다시 끝

Posted by on Nov 20, 2015 in 단상, 링크 | No Comments

끝은 또다른 시작이 되고
시작은 다시 끝으로 향한다.
삶은 부질없거나 위대하지 않고
죽음은 공평하거나 신비롭지 않다.
<바람에 지지 않고>를 다시 꺼내 읽는 밤
나는 끝과 시작을 무한히 반복하고 있다.

바람에 지지 않고

– 미야자와 겐지(宮澤賢治)
– 번역 : 권정생

비에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와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가지고 욕심도 없고
절대 화내지 않고 언제나 조용히 미소지으며
하루 현미 네 홉과 된장과 나물을 조금 먹으며
모든 일에 제 이익을 생각지 말고
잘 보고 들어 깨달아 그래서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속 그늘에 조그만 초가지붕 오두막에 살며
동에 병든 어린이가 있으면 찾아가서 간호해 주고
서에 고달픈 어머니가 있으면 가서 그의 볏단을 대신 져 주고
남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무서워 말라고 위로하고
북에 싸움과 소송이 있으면 쓸데없는 짓이니 그만두라 하고
가뭄이 들면 눈물을 흘리고
추운 여름엔 허둥대며 걷고
누구한테나 바보라 불려지고
칭찬도 듣지 말고 괴로움도 끼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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