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사 용법에 관한 코멘트 몇 가지

 

학생들 관사 수업 후 코멘트한 것.

1. “뒤에 자음이 오면 a, 모음이 오면 an을 씁니다.” – 틀린 설명.

뒤에 자음이 오느냐 모음이 오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뒤에 나오는 단어의 첫소리 즉 발음이 문제다. 다음을 보자.

a unity of theory and practice

a 다음에 오는 철자는 u이다. 하지만 발음은 [júːnəti] 이고 /j/은 자음(consonant)이다. 따라서 ‘a unity’가 맞는 표현이다. 마찬가지 원리로 ‘an honest person’이 옳다. (h가 소리나지 않는 묵음)

2. “계절 이름 앞에는 a나 the가 쓰이지 않습니다.” – 틀린 설명.

계절 이름 앞에 a나 the가 쓰이지 않을 때가 있지만 이것은 절대적 규칙에 의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다음을 보자.

Summer is hot.
The summer was hot.
I don’t like a summer like this.

맨 위의 summer는 일반적인 의미의 여름을 가리킨다. 즉, 특정한 연도에 속한 여름도 아니고 이번 여름도 아니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중에서 ‘여름’이라는 계절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여름엔 덥다’는 ‘Summer is hot’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하지만 summer 앞에 정관사가 붙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혹시 1994년도의 여름을 기억하는가? 내 기억 속에 가장 더웠던 여름은 1994년의 여름이었다. 끝도 없는 열대야로 ‘잠탱이’인 나마저 수면부족에 시달려야 했던 혹독한 여름. 그땐 정말 무지 더웠다.

이때 나는 1994년 여름을 기억하면서 ‘The summer was terribly hot’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경우 summer는 추상화된, 일반적 계절로서의 여름이 아니라 특정한 여름, 즉 1994년 여름의 의미다.

나아가 summer 앞에는 a도 올 수 있다. 이 경우는 summer가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 한 가지 종류의 여름을 언급할 경우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 rainy summer, a humid summer, a cool summer 등등의 종류 중에서 ‘a scorching hot summer’를 생각하면서 ‘I don’t like a summer like this.’라는 문장을 발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summer는 일반적 계절로서의 여름도 아니고, 특정한 연도에 속한 여름도 아니다. 여러 가지 종류의 여름 중 하나를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3. “처음에는 a, 다시 나오면 the” – 틀린 설명.

2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관사 규칙 중 다수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처음 나오는 명사는 a, 같은 명사가 다시 나올 때는 the를 붙이라’는 규칙도 그렇다. 다음을 보자.

I saw a cat. The cat was cute.
I saw a cat. A cat is cute.

일반적으로 학교 문법에서는 첫 번째 문장만을 다룬다. 하지만 두 번째 문장도 문맥에 따라 쓸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뒤에 나오는 cat이 앞의 a cat을 받는 것이 아니라, 종(species)으로서의 고양이를 가리킨다는 점이 다르다. 그래서 두 문장은 대략 아래와 같이 해석되는 것이 옳다.

나는 고양이 한 마리를 봤어. 걔(그 고양이) 귀엽더라.
나는 고양이 한 마리를 봤어. (동물의 한 종으로서의) 고양이 귀엽잖아.

4. 그래서 결론은 많은 문법 규칙은 절대적(categorical)이기 보다는 맥락(context)과 개념화(conceptualization)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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