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 학문’ 유감

Posted by on Dec 15, 2015 in 강의노트, 단상, 링크 | No Comments

학과 통폐합으로 ‘융복합’ 학문을 만들어 보겠다는 나이브한 발상이 놓치고 있는 것 몇 가지.

(1) 개별 학문 내에서도 급격한 통합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예를 들어 언어학(여기에 ‘철학’,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명을 넣어도 무방함)이라는 커다란 울타리에 속한 많은 하위 분과들은 ‘컨버전스’를 지향하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학문 분과로 남아 상호 비판과 균형의 관계를 이룬다.

(2) 다양한 학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동력은 단대나 과의 조직적 통폐합이 아니라 인지과학, 진화론 등과 같은 통합적 패러다임이다.

(3) 하나의 과에 속해 있는 다양한 학문 분야의 교수들이라 할지라도 대부분 서로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예를 들어 사회언어학 하는 교수와 심리언어학을 하는 교수가 공동연구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4) 학과의 통합은 단순한 학문의 통합이 아니다. 즉, 학과의 통합은 인적 자원과 문화적 전통과 제도적 다양성의 통합을 수반하는 총체적 변화다. 기업의 부서 한두 개만 통폐합해도 변화관리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학문 분과들간의 통합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5) 나아가 학과의 통합은 그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하늘같은 고객’ 즉 학생들의 삶에 직격탄을 날린다. 대학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인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통폐합은 도대체 누구의 이익에 복무하는 것인가?

어쩌면 너무나 많은 대학이 ‘시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변화하는 척, 혁신하는 척, 그리고 돈벌이가 아니라 교육을 위해 존재하는 척.

http://www.hani.co.kr/arti/society/campus/7217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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