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교육과 교사전문성

“학부 때 배운 게 하나도 소용이 없어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교사들을 종종 만난다. 현장에 나와 보니 학부 수업에서 배운 영어교육의 이론과 실제가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이런 한탄 혹은 비난에는 분명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 또한 존재한다.

1. 이들의 이야기는 분명 현재 많은 영어교육과 커리큘럼의 문제를 반영한다. 그중 몇 가지를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이론중심의 영어교육. 실습 부족.
-> ‘뭐라는 지는 대충 알겠는데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는 사태 발생. 이론은 분명 현실에서 나왔는데, 학생들이 주로 배우는 것은 사회문화적, 역사적 맥락이 거세된 추상화된 개념들.

(2) 서구에서 발달한 이론을 그대로 제시.
-> 한국 상황에 대한 고려가 없는 이론을 금과옥조인 양 제시. 현재 대한민국 영어교육에 대한 고려 전무.

(3) 낡은 이론을 반복해서 가르침.
-> CLT(의사소통적교수법)에서 멈춰 있는 이론적 논의. 변하지 않는 교재 및 과제.

(4) 순수 어학과 문학
-> ‘문학교육’이나 ‘교육언어학’이 아닌, 문학, 어학과목들의 비중이 아직도 상당히 큼.

(5) 영어교육 생태계에 대한 고려 부족
-> 공교육 내 교과 위주의 교사교육. 사회경제적 생태계 속에서 영어교육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는 턱없이 부족.

2. 하지만 ‘소용이 없다’는 말의 맹점도 분명히 있다. 이것은 교사의 지식 및 전문성이 갖는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파생된다.

(1) 전문성은 교실에서 배양될 수 없음
-> 인간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전문지식을 요하는 모든 직업은 현장에서의 경험을 통해서만 전문성을 신장시킬 수 있음. 애초에 교실 안에서 전문성이 완성되길 기대하는 게 무리라는 이야기.

(2) 교사 전문성의 한 축은 학생들과의 의사소통
-> 교사 전문성(teacher expertise)의 핵심은 특정 상황 속에서의 행동(situated action). 따라서 학생들과의 실시간 소통 경험이 없이 교사전문성이 배양될 수 없음. 교육실습은 이 경험의 맛보기 정도.

(3) 교육학적 지식은 적용이 아닌 재창조의 대상
-> 어떠한 지식도 단순히 적용될 수 없음. 지식은 현실에 적용될 수 없으며 언제나 특정 맥락에 맞게 조정되고 재창조되어야 함. 따라서 영어교육에 대한 지식을 살아있는 지식으로 재창조하는 것은 교수의 몫이 아니라 교사 자신의 몫.

3. 소결론
— 영어교육과 커리큘럼에 대한 대대적 조정 필요. (대학별로 큰 차이가 있음) 실천적 학문으로서의 영어교육학 정립 필요.
— 현장을 아는 것은 교사임. 영어교육 현장에 대해서는 교사가 교수들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함. 즉 교사는 지식전달자가 아닌 지성인(intellectual)으로서 성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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