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눈물이 roll down 할 때

 

나: 오늘은 DOWN의 의미를 몇 개 배워보도록 할게요.
학생들: 네.
나: 우리 평상시에도 down이라는 말 종종 쓰지 않아요?
친구들: 기분이 다운됐다?
나: 그쵸. 그거 말고 또 어떨 때 쓰죠?
친구들: …
나: 기분도 다운되고… 컴퓨터도 다운되죠?
친구들: 아… 그쵸. 다운.
나: 오늘 기분은 어때요? UP이예요, DOWN이예요?
친구1: 다운이요.
나: 왜요? 저랑 수업해서?
친구1: 아니 이거 끝난 다음에 또 영어 학원 가야 돼서요.
나: 아… 그럼 다운이겠네.
친구1: ㅋㅋㅋㅋㅋ
나: 그래도 지금은 조금만 다운되세요.
친구1: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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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 그럼 ‘내려다 보다’는 look…
학생들: Down.
나: 그쵸. Look down은 내려다본다는 뜻이예요. 근데 오늘은 여기서 하나 더 나가서 “look down on 누구누구”를 배워볼게요. 따라해 보세요. Look down on.
학생들: Look down on.
나: 이건 look down은 look down인데 사람을 내려다 보는 걸 의미해요. 사람을 내려다본다는 게 무슨 뜻일까요?
학생들: … 안좋게 보는 거?
나: 그쵸. 안좋게 보는 거. 깔보는 거. 이러면 안되겠지만, 가끔 주변에서 볼 수가 있죠. 지금도 그거 하나요? 힙합 대결하는 프로그램.
학생2: 쇼미더머니요?
나: 아 맞아요. 쇼미더머니. 거기서 보면 가끔 배틀 할 때 상대를 완전 깔보는 대사가 많이 나오잖아요.
학생2: 장난아니죠.
나; 그때 Rapper A looks down on Rapper B. 이렇게 말할 수가 있어요. 따라해 보세요. A looks down on B.
학생들: A looks down on B.
나: 근데 말이란 게 참 재미있는 게요. 제가 저보다 키 큰 사람을 무시할 수가 있을까요? 진짜 그런다는 건 아니지만 ㅎㅎㅎ
학생들: 할 수 있죠.
나: 그쵸. 제가 누군가를 무시할 수도 있죠. 그 때는 저보다 훨씬 큰 사람도 look down on 할 수가 있는 거예요. 이게 물리적으로는 (손을 눈쪽에서 아래로 움직이며) 내려다 보는 거지만 사람을 업신여기고 무시한다는 뜻도 되죠. 깔보는 거. 그럴 때는 키는 상관이 없겠죠?
학생들: 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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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디다가 뭘 놔둔다고 할 때 제일 많이 쓰는 말이 put이라는 동사예요. Put 들어봤죠?
학생들: 네.
나; Put이 어디다가 뭘 놓는다는 뜻인데, 내려놓는다고 하면 put down을 쓰면 됩니다. 따라해 보세요. Put down.
학생들: Put down.
나: 자 그러니까 제가 많약 펜을 내려놓는다고 하면 (동작을 취하며) I put my pen down. 이렇게 하면 되죠. Put my pen down. 따라해 볼까요? I put my pen down.
학생들: I put my pen down.
나: 좋아요. 근데 이것도 아까 look down처럼 비유적으로 쓸 수가 있어요. 예를 들어 음… 뭘 내려놓는다고 해야 할까. 아 (학생1을 쳐다보며) 학원 가고 싶어서 가는 거예요?
학생1: (눈 휘둥그래지며) 아니요~~~
나: 하하 그쵸? 원해서 가는 건 아니고… 첨에는 안가고 싶다고 그랬겠죠?
학생1: 당연하죠.
나: 그럼 (Will을 적으며) 이 단어를 사용해 볼게요. Will – 이거 들어봤겠죠?
학생1: 네. I will.
나: 그래요. ~할 것이다. 그런 뜻이죠. 그런데 이걸 my will 처럼 쓰면 ‘의지, 하고 싶은 마음’ 이런 뜻이 됩니다. 따라해 보세요. My will.
학생들: My will.
나: 근데 만약 의지를 내려놓는다, 꺾는다는 말을 비유적으로 쓰면 “put my will down”이 됩니다.
학생1: (슬픈 표정)
나: I put my will down. 따라해 보세요. I put my will down.
학생들: I put my will down.
나: 슬프지만 put my will down 하고 학원 가세요.
학생1: 네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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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늘의 마지막 Down – roll down입니다. Roll이라는 말 들어봤어요?
학생들: 들어는 봤는데…
나: 제과점에서 롤 케잌 팔잖아요. 그게 어떻게 생겼죠?
학생들: (손으로 그리며) 이렇~게.
나: (그림을 그리며) 그쵸. 이렇게 빙글빙글. 이렇게 돌아가는 모양으로 되어 있죠. 제가 만약 공을 비탈길에서 놓으면 공이 (손 두 개를 rolling하는 형태로 움직이며) 이렇게 굴러가잖아요.
학생들: 네.
나: 이걸 roll down이라고 하는 거예요. 따라해 보세요. Roll down.
학생들: Roll down.
나: 그럼 예문을 보죠. Tears are rolling down my cheeks. 우선 cheek이 뭔가요?
학생들: …
나: 이건 뺨이예요. 그럼 여기에서 cheeks라고 -s를 붙인 이유를 아시겠죠?
학생들: 두 개니까?
나: 그쵸. 당연히 두 개죠. 뺨이 하나인 사람은 아마도 없을 거 같은데… 있을 수도 있지만 보통은 두 개죠. 물론 공포영화에서 얼굴 한 쪽만 있어서 뺨이 한 개라면 cheek이라고 단수로 쓰겠죠?
학생들: (찡그리며) 아 무서워.
나: 진짜 무섭겠네요. 암튼 그래서 down the cheeks라고 하면 “뺨을 타고 밑으로”라는 뜻이 되겠죠?
학생들: 네네.
나: 따라해 보세요. Rolling down my cheeks.
학생들: Rolling down my cheeks.
나: 그럼 여러분들은 언제 눈물이 흐르나요?
학생1: 음…
나: 언제 눈물이 뺨으로 흘러 내려요?
학생1: 음… 어… 하품했을 때?
나: ㅎㅎㅎㅎ 그쵸. 하품하면 눈물나죠. 그럼 예문을 한 번 만들어 볼까요? (쓴다) 하품한다는 말은 yawn이라고 해요. I just yawned. And tears are rolling down my cheeks. 이렇게 쓰면 되겠네요. ㅎㅎㅎ
나: (학생2를 보며) 어떨 때 눈물이 흘러요?
학생2: 음… 배고플 때요.
나: ㅎㅎㅎㅎㅎ 두분 다 단순하시군요. 하품해서 울고 배고파서 울고.
학생들: ㅎㅎㅎ
나: 그럼 그 때는 I am hungry. Tears are rolling down my cheeks. 이렇게 말하면 될 것 같아요. 만약에 진짜 진짜 무지하게 배가 고프다고 하면 I am terribly hungry.라고 하면 되구요. Really랑 비슷한데 그거보다 좀 ‘쎄게’ 말하는 거예요. ㅎㅎ 그럼 하나씩 따라해 볼까요? I just yawned. And tears are rolling down my cheeks.
학생들: I just yawned. And tears are rolling down my cheeks.
나: I am terribly hungry. Tears are rolling down my cheeks.
학생들: I am terribly hungry. Tears are rolling down my cheeks.
나: 좋아요. 근데 진짜 배고프고 하품할 때 말고 없어요?
학생2: 음… 만화보고?
나: 아 어떤 만화요? 슬픈가요?
학생2: 마지막이 진짜…
나: 제목이 뭔데요?
학생2: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들은 아직 모른다>라고…
나: 아 모르는데 마지막이 정말 슬픈가 봐요?
학생2: 네. 진짜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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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니 하늘이 찡그리고 있다. 세상이 fall down할 것 같은 날씨. 본 적 없는 만화지만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들은 아직 모른다>라는 제목이 자꾸 김춘수의 <꽃>을 부른다.

이번 해 가르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화두는 <익명성의 탈피>다. 강의가 많아질 수록 학생과 선생은 반익명의 상태에서 서로를 만난다. 그리고 학기가 끝나고 학점과 강의평가를 주고받음으로써 완전한 익명의 상태로 다시 돌아간다.

이제 그러고 싶지 않다.

밥먹으러 가야겠다. I am hungry. Tears are rolling down my che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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