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깊이 들어야 하는 이유

한 주에 한 번 만나는 중학생 친구 중 하나는 일본 애니를 잘 안다. 오랜 시간 일본어에 노출되어서 그런지 간단한 문장은 잘 들린다고. 지난 주에는 만나자 마자 대뜸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

나: 애니는 언제부터 본 거예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 음… 아마도요? 아니다. 유치원 때 부터 본 거 같아요.
나: 어떻게 그때부터 보게 됐어요?
친구: 그냥 오빠 보는 거 옆에서 보다 보니까.
나: 아… 근데 왜 영어로 된 거는 안봤어요? 영어로 된 것도 재미있는 거 많은데. 내용이 별로였나?
친구: 음… 그런 건 아닌데… 캐릭터들이 농담을 많이 하거든요. 말장난 같은 거.
나: 네네 그렇죠.
친구: 근데 영어로 된 만화에서 나오는 농담 같은 건 잘 못알아 듣겠더라고요. 자막이 있어도.
나: 아…
친구: 웃겨야 되는데 안웃기니까… 재미가 없더라고요.
나: 그럼 일본 거는 괜찮았어요?
친구: 네. 훨씬 나아요. 그리고 본 거 중에 미국 애니는 인간이 아닌 주인공들이 많았어요.
나: 아 사람이 주인공 아니면 별로?
친구: 그냥 별로 안땡겨요.
나: 그래서 미국 만화는 아예 안봐요?
친구: 어쩌다 봐요.
나: 지금 보는 거 있어요?
친구: 대니 팬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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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좀 놀랐다. 학생들이 뭔가를 선택하고 다른 걸 배제하는 이유를 이런 저런 방식으로 설명하려 들지만, 결국 외부자의 시선에서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언젠가 성적이 엄청나게 향상된 어느 학생의 케이스를 학습량, 학습방법, 교재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다가 ‘어이 없는 곳에서’ 답을 찾았다던 한 친구의 일화가 떠올랐다.

연구자: 그래서 왜 갑자기 이렇게 공부를 하게 된 거예요?
학생: 선생님이 잘생겨서요.
연구자: 다른 건 없어요?
학생: 선생님이 너무 잘생겨서 잘보이고 싶어서요.
연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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