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와 시험

<얼마 전>

나: 새로 가기로 한 학원은 어때요?
학생1: 음… 아직 몰라요.
나: 아 그래도 한번 가봤으니 느낌이라도 ㅎ
학생1: 학원 수업 시작도 안했는데 단어책 하나를 다 외워오래요.
나: 한권 다요?
학생1: 일단 중학교 단어장을 다 외우고 그 다음에 고등학교용 단어장을 다 외워야 된다나…
나: 학원 교재요?
학생1: 아뇨. 이름이 뭐더라…
나: 시중에서 파는 책인가 보네요?
학생1: 음… 뭐지 뭐지… 아 우선순위? 그런 책이었어요.
나: 아… 그 책 많이 팔렸죠.
학생1: 뭐 그건 모르겠는데… 아는 단어가 없어요.
나: 아아…
학생1: 세 페이지에 한두 개 알아요. 운좋으면 네 개? 다섯 개?
나: 힘들겠다.
학생1: 근데 어차피 외우지도 못할 거지만 그걸 설 때 외워오라고 시켰어요.
나, 학생2: 헐…
학생1: 누가 설 연휴에 공부를 해요?

<오늘>

나: 새로운 학원은 한 주에 몇 번 가요?
학생1: 두 번요.
나: 숙제는 많나요?
학생1: 단어를 30개씩 외워가야 돼요.
나: (생각보다 많지는 않군 생각하며) 아 그럼 60개?
학생1: 아뇨. 하루에 30개씩 매일…
나: 그럼 210개?
학생1: 네.
나: 그거 다 외워가요?
학생1: 그걸 어떻게 다 외워요? 학원에서 한 주만에 나처럼 퍼지는 애는 처음 봤대요. ㅎㅎㅎ
나, 학생2: ㅎㅎㅎㅎㅎ
나: 그럼 영수 다니는 거죠?
학생1: 네.
나: 그럼 영어랑 수학 중에 어떤 게 더 좋아요?
학생1: (순간 정적) (‘어이없음+웃기지도 않음’ 입꼬리 모양) 영어…랑… 수학… 중에서요?
학생2: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ㅋㅋㅋㅋㅋㅋ
학생1: 영어랑 수학 중에서 좋은 걸 고르라는 게…
나: 그런가요? ㅎ 굳이 고른다면?
학생1: 굳이 고르라면 수학이 나은 거 같아요.
나: 왜요?
학생1: 수학은 답이 있잖아요. 풀면 답이 나오니까.
학생2: 난 안나오더라.
나, 학생1: ㅎㅎㅎㅎㅎ
나: 답이 있는 걸 좋아하는구나. 영어는 답이 없어요?
학생2: 우리 학교 서술형 백퍼센트.
나: 아 전부다 서술형이예요?
학생1: 그래도 수학이 답이 딱 있죠.
학생2: 우리 학교 수학 문제는 “방정식의 뜻을 써라” 뭐 이런 게 나와요.
나: ‘방정식의 뜻’이라 함은?
학생2: 교과서에 방정식이 나오고 옆에 그 뜻이 써 있거든요. 그걸 암기해서 써야 돼요.
나: 헉…
학생2: 수학도 암기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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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의 대화 중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키워드: ‘숙제’와 ‘시험’. 가끔은 이 친구들의 학교는 이 둘 사이에 ‘끼여있는’ 부차적 시공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학교에서의 부담에 학원(*N) 스트레스까지 더해진 삶. 그 위에 지푸라기 하나라도 더 얹을까 싶어 조심조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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