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지 읽기 전략

“잘 쓰고 싶으면 좋은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읽지 않고 잘 쓸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많이 읽는다고 잘 쓰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탐구하고자 하는 주제 없이 마구 읽는 행위는 오히려 논문쓰기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점에 대해서는 제가 그 누구보다 좋은(?) 예시입니다.

영화를 찍는 감독을 생각해 봅시다. 무작정 영화를 많이 본다고 해서 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다양한 영화 섭렵은 ‘영화팬’으로서 필요한 일이지만, 팬과 감독은 엄연히 다른 위치에 있습니다. 감독은 생산자의 입장에, 팬은 소비자의 입장에 서 있으니까요.

감독의 영화읽기는 팬의 영화읽기와는 달라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지금 감독의 위치에 있습니다. 관객이나 팬이 아니구요. 초짜냐 베테랑이냐는 중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건 여러분들이 완결된 작품을 자신의 책임 하에 만들어 내야 하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논문을 쓰기 위해 필요한 읽기는 ‘독자로서의 읽기’가 아니라 ‘작가로서의 읽기’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 강의의 공식 명칭은 <학술적 글쓰기의 실제>이지만, <쓰기를 위한 읽기>라는 부제를 달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 ‘소통과 논쟁의 장으로서의 학술커뮤니티 읽기’, ‘특정한 ‘싸움판’으로서의 저널 읽기’, ‘개별 논문의 흐름을 개념화하며 읽기’, ‘문법-어휘 레퍼토리를 위한 분석적 읽기’ 라는 네 가지 층위에서 ‘읽기’를 논의합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읽기의 변화가 쓰기의 변화로, 쓰기의 변화가 다시 읽기의 변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구조를 세워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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