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후려치기’ vs ‘젠트리피케이션’

Posted by on Mar 1, 2016 in 단상, 말에 관하여, 인용구 | No Comments

계간 황해문화 2016년 봄호에 실린 하승우의 글 <헬조선에서도 인간다운 삶이 가능할까>에 나온 표현이다. 정확하게 인용하자면 ‘세입자 후려치기(젠트리피케이션)’으로, ‘한국어(영어 대응어)’ 형태였다. 이들은 ‘동일한’ 현상을 가리키지만, 서로 다른 두 입에 올려지는, 충돌하고 대립하는 말이다.

그리고 조지 칼린의 일침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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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탄 충격 > 전쟁 피로 > 군사적 효능의 소진 > PTSD 그리고…] 코미디언이자 사회 비평가인 조지 칼린은 참전 병사들이 겪는 정황을 다양하게 이름붙이는 방식에 대해 짤막하게 정리한 고전적인 저작에서, 언어와 공감 사이의 연계에 대해 잘 밝힌 바 있다.

“전투에는 한 가지 상황이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것을 안다. 참전한 사람의 신경계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신경계는 툭 끊기거나 끊기기 일보 직전이다.”

칼린의 말을 더 들어보자.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그 정황은 포탄 충격shell shock이라고 불렸다. 간단하고 정직하고 직설적인 언어다. shell shock, 딱 두 개의 모음이다. 거의 권총 발사음처럼 들린다.” 제2차 세계대전 무렵 그 이름은 “전쟁 피로battle fatigue”로 바뀌었다. “네 개의 모음이라서 발음이라서 발음하는 데 시간이 약간 더 걸린다. 그다지 상처가 크지 않은 듯 보인다.” 그러고 나서 한국전쟁이 터졌는데, ‘군사적 효능의 소진operational exhaustion’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이제 “표현에서 인간적인 요소는 완전히 제거되었다”고 칼린은 지적한다. “마치 당신의 차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처럼 들리는 것이다.”

그 뒤 베트남 전쟁이 터졌다. 우리는 그때부터 포탄 충격이 어떻게 표현되어왔는지 알고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가 그것이다. 칼린의 말을 들어보자.

“여전히 8개의 모음이다. 그러나 하이픈이 부가되었다. 그리고 고통은 전문용어 아래 완전히 매장되었다… 장담하건대, 우리가 그것을 계속 포탄 충격이라고 불렀다면 베트남 참전 용사들은 당시에 필요했던 관심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칼린은 그 책에서 포탄 충격의 전조가 되는 한 가지 중요한 용어를 빠뜨렸다. 남북전쟁 당시 외상을 입은 병사들을 가리켜 “군인들의 마음 soldier’s heart”이라고 불렀다. 군인들의 마음에 가해진 폭력은 자아와 공동체에 대한 감각을 부숴버린다. 그리고 폭력은 전쟁터에서만 가해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온전함을 짓밟을 때 폭력은 자행된다. 따라서 정치에서 상대방을 악마화하거나, 절박한 인간적 요구를 무시한 채 정치적으로 편리한 결정을 내릴 때, 우리는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파커 J. 파머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글항아리). 39-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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