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충동

Posted by on Mar 2, 2016 in Uncategorized | No Comments

이제 익숙해질만도 한데 학기 시작되기 직전의 떨림은 좀처럼 가라앉질 않는다. 새로운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렘보다는 선생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야 한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한때 열심히 노력하면 꽤 괜찮은 선생이 될 수 있다 착각했던 적도 있었으나, 이젠 그저 나쁘지 않은 선생으로 기억되기만을 바란다. (어쩌면 좋은 선생의 제 1 조건은 ‘천운’이 아닐까 싶다.)

별것 아닌 일에 과도한 의미를 불어넣고 있는 걸 잘 안다. 하지만 그걸 안다고 3월이면 찾아오는 ‘잠수충동’이 순순히 물러나진 않는다. 솔직히 어디론가 막 숨고 싶다. 들킨 적도 없는데 말이다! 뭐 늘 그렇듯 싱거운 결말이 떨고 있는 내게 속삭인다. ‘사라질 용기보다 학생들 앞에 설 용기를 내는 게 덜 어렵잖아. 먹고 사는 데도 도움 되고.’

내일 만날 학생들에게 인사 메일을 보냈다. 떨림을 감추는 가장 좋은 전략은 수다다.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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