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급 정교사” 혹은 학생을 선생으로 호명하기

정교사 직급은 2급과 1급으로 나뉜다. 사범대생은 졸업과 동시에 2급 정교사 자격증을 받고, 교사가 되기 위한 최소요건을 갖추게 된다. 그런데 “3급 정교사”는 뭘까?

한 중학교 선생님은 상시로 모둠활동을 한다. 해당 활동의 특성에 따라 모든 학생들이 자유롭게 협력하기도 하고, 특정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종종 “3급 정교사”가 ‘투입’되는데, 이는 특정한 개념이나 표현을 설명해야 하는 역할을 맡는 학생들을 부르는 말이다. (참고로 이 선생님은 2급 정교사다.)

흥미로운 것은 많은 학생들이 이 “3급 정교사”라는 호칭에 재미를 느낀다는 것. 그뿐 아니라 무조건 발표를 피해왔던 아이들도 무작위로 부여되는 “3급 정교사” 역할을 기꺼이 맡고 있다는 점이다.

이 현상을 지켜보며 든 두 가지 생각.

먼저 중학생은 지위에 굉장히 민감한 동물이어서, 비록 큰 의미나 파급력이 없다 하더라도 ‘감투’가 주어지면 일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무작위로 주어지는 역할이라 하더라도 ‘교사’의 역할에 서게 되는 경험은 학생들의 지위욕구를 자극하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3급 정교사”와 같이 무작위로 쓰는 감투라고 한다면 학생들의 지위욕을 적절히 자극하여 교육적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교사의 관점에서 보면 선생이 학습자를 ‘학생’이라는 개념으로 범주화할 때와 ‘선생’으로 범주화할 때의 차이는 간과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다. 아무리 그럴듯한 호칭이라도 학생을 학생의 자리에 놓고 부르는 것과 학생을 선생의 자리로 불러내는 것은 다르다. 선생이 학생에게 “너도 선생이야”라고 말하는 행위는 단순한 호칭변화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마치 주례가 ‘이제 당신들은 부부입니다’라고 선언할 때 부부가 탄생하는 것처럼.

이런 의미에서 좋은 교사는 자신을 학생으로 이해하고 학생을 선생으로 호명하는 사람이다. 물론 이같이 새로운 이해와 호명이 제스처에 그치지 않으려면 수업 내 권력에 대한 재정의, 전통적인 교사-학생의 위계관계를 무너뜨리는 결단이 필요하다.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결단의 요체다. 무엇이 선생을 학생으로, 학생을 선생으로 바꾸어 놓는가? 아직 결론을 내기엔 이르지만 그 결단의 뒤에는 수업에 대한 자신감이 아닌 배움에 대한 겸손이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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