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된 개인, 개인이 된 국가

Posted by on Apr 27, 2016 in 강의노트, 단상, 일상 | No Comments

인간은 모체와의 분리를 통해 세계와 마주한다. 어머니의 밖으로 나옴으로써 세계의 내부로 진입하는 것이다.

아이가 처음 만나는 세계에는 피아 구분이 없다. 자신이 세계이며 세계가 자신이다. 아직 세계도 자신도 존재하지 않는, 주체와 객체가 분리되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아이들은 종종 자신의 방귀 소리에 놀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동은 성장하며 자신 앞에 드러나는 세계의 윤곽을 목격한다. 동시에 내면 심리가 형성된다. 나와 세계라는 개념이 동시에 생겨난다. 이들 사이의 거리 또한 확보된다.

몸이 어머니와 분리되는 사건이 출생이라면 사회문화적 발달을 통해 세계와의 거리가 확보되는 과정은 개인의 탄생이다. 개인은 사회로 말미암지만 오로지 사회적인 것으로 환원되지 않는 특이함을 지닌 존재로 성장한다.

개인의 탄생과정에서 확보된 개인과 사회의 거리는 상호작용(interaction)을 가능케 한다. 내가 세계이고 세계가 나라면 상호작용 애당초 불가하다. 영어 접두어 “inter-“는 두 개 이상의 개체를 전제로 성립된다. A는 A와 상호작용하지 못한다.

상호작용이 가능해지면서 자신과 사회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객관화가 가능해진다. 아울러 세계와 나 사이의 균열과 불화 또한 점점 커져간다.

인간과 세계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내면화 되면서 나(I)와 내(me)가 소통하는 내적 대화가 가능해진다. 자신을 대상화하고 자신의 생각을 관찰할 수 있는 메타인지(metacognition)가 발달한다.

안타깝게도 개인과 국가 사이의 거리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이들이 있는 듯하다. 개인이 국가이고 국가가 개인인 사람들. 그들은 국가가 되기 위해 짐이 될 필요가 없다.

시민은 커녕 개인도 탄생시키지 못하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 자유란 참으로 요상한 개념이다. 하물며 ‘자유주의’라면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국가가 된 개인은 개인이 된 국가만큼이나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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