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그리고 추억들

오늘은 아이들과 “기억” 혹은 “추억”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나: 오늘은 기억, 추억 뭐 이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기억하다’는 뭐라고 하는지 아시죠?
학생들: Remember?
나: 맞아요. 리멤버. 그럼 혹시 우리 처음 만났던 거 기억하세요? Do you remember our first meeting?
학생들: …
나: 믿기 힘든 이야기 해줄까요? (학생들: 심드렁) 우리가 처음 만났던 게 2014년 봄이예요. 이제 2년 넘어서 3년차예요! (학생들: 여전히 심드렁) We met each other in 2014. Can you believe it?
학생들: …
나: 진짜 세월 빠르죠? 그럼 이거 응용을 해볼게요. 흠… 수인(가명)이는 만화 좋아하니까… Do you remember your first comic book?
수인: 메이플 스토리. 첨 산 게 메이플 스토리였어요.
나: 아 그랬군요. 그럼 따라해 보세요. “My first comic book was the Maple Story.”
수인: “My first comic book was the Maple Story.”
나: 오케이. 그럼 영지(가명)는 얼마 전에 핸드폰을 바꾸었으니… “Do you remember your first smartphone?”
영지: 음… 베가? Vega?
나: 아 그랬어요? 그럼 “My first smartphone was Vega.” 이렇게 하면 되겠네요. 따라해 보세요. “My first smartphone was Vega.”
영지: “My first smartphone was V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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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기억한다는 말을 “remember”라고 할 수 있지만 ‘돌아본다’고 표현할 수도 있어요. 우리말에서 ‘돌아본다’ 알죠?
학생들: 네.
나: 이게 고개를 돌려서 뒤를 본다는 뜻도 되지만, “돌아보면 내가 참 유치했어.”라는 식으로 쓸 수 있죠. 이때는 고개를 돌려 본다는 뜻은 아니죠?
학생들: 네. 생각해 본다, 기억한다…
나: 그쵸. 그니까 고개를, 몸을 돌린다는 뜻도 되지만 과거를 본다는 뜻도 되는 거죠. 이때 “Look…”
학생들: …
나: 뒤를 돌아본다는 뜻이니까 “Look b…”
영지: Back?
나: 맞아요. Look back. 돌아보다. 과거를 기억하다. 그래서 이렇게 쓸 수 있어요. 따라해 보세요. “Looking back,”
학생들: “Looking back,”
나: “I was too childish.”
학생들: “I was too childish.”
나: 한꺼번에, “Looking back, I was too childish.”
학생들: “Looking back, I was too childish.”
나: “Childish”는 ‘유치한’이라는 뜻이예요. 그러니까 ‘돌아보면 나 참 유치했다’ 이런 뜻이 되죠. Look back 잘 알아두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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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 이번에는 제일 많이 쓰는 단어예요. Memory. 따라해 보세요. Memory.
학생들: Memory.
나: 컴퓨터 메모리도 이렇게 쓰죠. 좋은 기억은 Good, great memory. 정말 안좋은 기억은 terrible memory라고 할 수 있어요. 따라해 봅시다. Great memory.
학생들: Great memory.
나: Terrible memory.
학생들: Terrible memory.
나: 혹시 최근에 Terrible memory라고 부를만한 거 뭐 있었나요?
수인: 합창대회.
나: 합창대회요? 노래 부르는 거 싫어해요?
수인: 뭐 노래 부르는 건 괜찮은데 합창대회 전날 네 시간을 연습하는 바람에…
나: 엥? 그럼 진짜 대회에서 더 힘들지 않나요?
수인: 그쵸. 힘도 하나도 없고.
나: 진짜 힘들었겠다… 휴… 근데 무슨 노래 했어요?
수인: <나성에 가면>요.
나: 엥? 그거 되게 오래된 노래 아닌가요?
수인: 그거 3부로 편곡된 거 했어요.
나: 아아… 편곡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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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왜 가끔 뭔가 생각 안나는데 ‘기억 날꺼야’라고 말할 때 있지 않나요? 그때 쓸 수 있는 표현을 알려드릴게요. “It will come back to me.”
따라해 보세요. “It will come back to me.”
학생들: “It will come back to me.”
나: 좋아요. 요즘 제가 배우 이름이나 사람 이름을 잘 기억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때 “I can’t remember the name but it will come back to me.”라고 할 수 있어요. 당장은 기억 못하는데 기억날 거라는 뜻이죠. 따라해 보세요. “I can’t remember the name.”
학생들: “I can’t remember the name.”
나: “But it will come back to me.”
학생들: “But it will come back to me.”
나: 재미있죠? 곧 나에게 다시 온다는 의미인데, 기억이 다시 돌아올 거라는 말이죠. 집 나갔다가 돌아오듯이. 나간 기억아 돌아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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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 이제 마지막 표현 하나 더 배우고 갈까요? ‘신선하다, 새롭다’ 이런 말 할 때 어떤 단어 쓰죠?
학생들: Fresh?
나: 맞아요. 그래서 fresh air 하면 ‘신선한 공기’, fresh vegetables 이러면 ‘신선한 야채’가 되죠. 따라해 볼까요? Fresh air.
학생들: Fresh air!
나: 요즘엔 정말 미세먼지 때문에 Fresh air가 필요하죠. 그런데 이걸 이렇게 쓸 수가 있어요. “The memory is fresh in my mind.” 따라해 보실래요? “The memory is fresh in my mind.”
학생들: “The memory is fresh in my mind.”
나: 이걸 해석하면 “그 기억이 내 마음 속에 생생하다.” 그러니까 “그 기억이 생생하게 기억난다”라는 뜻이 되겠죠. 영지는 오래 되었는데도 생생한 기억 없어요?
영지: 음…
나: 저는 작년인가 진짜 웃긴 걸 봤어요. 지하철에서 열차를 기다리는데 옆에서 어떤 대학생 하나가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근데 중저음 목소리가 정말 장난이 아니었어요. 성악과 학생인가봐. ㅎ 그런데 왜 지하철 들어올 때 나오는 음악 중에 “밤바밤바바 밤바바바밤 밤바바바밤 바바밤 밤밤 – 도도도도도 레 미미미미미 솔솔솔미솔 솔라시 도 솔 솔라시도!” (학생들: ㅋㅋㅋㅋㅋ) 그거 있잖아요.
학생들: 네 ㅎㅎㅎ
나: 그걸 성악으로 부르는 거예요. (배에 힘주고 바리톤 빙의) 밤바밤밤밤~ 밤바밤밤밤~
학생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So his voice is still fresh in my mind. 그래서 그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해요. ㅎㅎㅎ
영지: ㅎㅎㅎ 전 그냥 아무 것도 하기 싫었는데 감기라도 걸릴까 해서 비 흠뻑 맞았던 거?
나: 아… 비에 흠뻑 젖었군요. 그럴 때는 “I was soaked in rain.” 이 정도로 하면 되겠네요. 따라해 볼래요? “I was soaked in rain.”
영지: “I was soaked in rain.”
나: And the memory is still fresh in my mind.
영지: And the memory is still fresh in my mind.
나: 수인이는?
수인: 음… 저도 학교 가기 싫어서 반대로 걸어갔던 거?
나: 반대방향으로요?
수인: 네. 그날따라 가기 싫어가지구…
나: 아… 그럼 대략 “I really hated to go to school. So I walked in the opposite direction.” 이렇게 하면 되겠네요. 따라해 보세요. “I really hated to go to school.”
수인: I really hated to go to school.
나: So I walked in the opposite direction.
수인: So I walked in the opposite direction.
나: Opposite가 좀 어려운 단어인데 이건 ‘반대의, 완전히 다른’ 이라는 뜻이예요. 따라해 볼래요? Opposite.
수인: Opposite!
나: 학교에 진짜 가기 싫어서 반대로 걸어갔다는 뜻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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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차,
아무 것도 아닌 일들이 켜켜이 싸여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

이젠 수인이와 영지가
뭘 좋아하는지 대충 알고 (치킨, 게임, 만화…),
뭘 싫어하는지도 대충 안다. (음… 영어를 ‘공부’하는 거?)

한 학기 한 학기
만남이 끊길 수밖에 없는 나의 삶에서
이런 만남이 있음에 감사한다.

지금 이 순간들이
모두에게 warm memory로 남기를.
언젠가 잊고 지내다가도
가끔 “fresh in each other’s mind”라 느껴지는
소중한 추억으로 솟아나기를.

그럴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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