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D, 그리고 문화의 인프라스트럭쳐

옥스퍼드 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 OED). 영어에 대해 가장 방대한 정보를 담은 사전으로 유명하다. OED는 1879년 <The Philological Society of London>이 그간의 사전들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고자 옥스포드 대학과 협력하여 새로운 사전을 만들기로 한 데서 시작되었다. 편집자 James Murray 등의 지휘 하에 편찬에 착수하여 1928년 처음 완간되기까지의 소요 기간은 무려 50년. 가히 출판계의 대역사라고 부를 만하다. 거의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OED 온라인에서 단어를 검색할 때마다 ‘이 사람들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사전의 경제적, 문화적, 언어적 가치는 얼마일까? 상상이 잘 안된다. 우리 사회는 영어라는 문화적, 경제적 자본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역설하지만, 그 언어를 지탱하고 있는 유구한 아카이빙의 전통과 출판 인프라는 보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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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비판적 관점으로 본다면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에는 불합리하고 국수주의적인 구석이 분명 있지만, 그래도 그 시대는 절대적인 자신감과 위대한 야망을 구현한 시대였다. 그것은 위대한 사람, 위대한 비전, 위대한 성취의 시대였다. 희망과 정신적·도덕적·상업적 의도로 무장되어 있었고, 하면 된다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기상이 흘러넘치던 시대였다.

거대한 배들, 웅장한 왕궁들, 엄청난 규모의 도량·도로·부두·철도, 과학과 의학 분야의 놀라운 발견, 수십 군데의 식민지들, 수십번의 승전과 수십 번의 반란 진압, 지구상의 오지로 깊숙이 침투해 들어간 선교사와 교사들, 그 시대에 영국이 성취하지 못할 일은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 그런 사업에 추가하여 완전히 새로운 사전의 편찬 작업에 착수하겠다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지만 프라이스도 그런 예측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대사전은 완성되는 데는 10년이 아니라 54년이 걸렸다. 사전은 총 7천쪽이 아니라 16,000쪽이었고, 총 제작비는 9천 파운드가 아니라 30만 파운드였다.

제임스 머리도 그런 사정을 미리 예상했던 것은 아니다. 계약이 체결되자 흥분과 기분 좋은 분위기 속에서 머리는 자신이 밀힐 스쿨의 선생으로 근무하면서 여가 시간에 사전 작업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는 저 거대한 사전 속으로 들어가기를 바라면서 대기 중인 수십만 단어들이 가져올 엄청난 소용돌이를 예상하지 못했다. 낙관적인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언어학회도 낙관적이었다. 옥스퍼도도 낙관적이었다. 그들의 낙관적인 정신은 결국 옳은 것으로 판명되었고 대사전 완성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결국에는 실현되었지만, 그래도 그 당시 참여자들이 생각했던 사전 편찬은 너무나 비현실적인 전망이었다. 이제 사전 작업은 모든 관계자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곧 밝혀진다.

– 사이먼 윈체스터 <영어의 탄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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