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의 크기, 태깅의 심리학

Posted by on Jun 9, 2016 in 강의노트, 단상, 수업자료 | No Comments

트위터 초기의 한국인 사용자들은 곧잘 다른 사람들을 태깅했다. 팔로워들의 아이디를 일일이 태깅하며 하루 인사를 전해주는 분도 계셨다. 태깅된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용건’이 없더라도 흥미로운 기사, 의미있는 사건, 같이 보고 싶은 사진, 양질의 정보 등을 공유하기 위해 사람들을 ‘호출’하는 데 큰 반감이 없었던 것이다. 나도 소셜미디어 사용 초기에는 반감없이 그렇게 태깅하고 태깅당했다. 그야말로 트위터가 포근하고 작은 동네처럼 느껴졌달까?

그런데 어느 순간 “수시 태깅=민폐”라는 등식이 대다수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것 같다. 반드시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누군가에게 태깅을 당하는 건 짜증나는 일이 되어버린 거다. “왜 남들 다 보는 데 내 아이디가 올라가 있어?”나 “그렇지 않아도 볼 것도, 알림도 많은데 이것까지 와서 봐야 돼?”라는 생각이랄까.

나도 예전에 지인들을 태깅하던 습관을 버렸다. 맥락상 태깅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만 태깅을 한다. 애매한 경우에는 상대의 허락을 구한 후 태깅을 한다. 물론 강제로 누군가를 그룹에 가입시키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종종 트위터 초기의 아기자기한 대화가 그립다. 서로를 호명하며 별거 아닌 일에도 같이 기뻐하고, 슬퍼하고, 염려해 주던 그 때가 말이다. 우습지 않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놀았다는 게? 그런데 더 말도 안되는 것은 트위터 초기의 ‘동네 사람들’ 상당수를 오프라인에서 만나 우정과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네트워크의 크기와 태깅에 대한 나의 가설은 이렇다. 동네가 커지면 경계할 것이 많아진다. 익명적 관계가 늘어날 수록 호명당하는 일은 성가시고 짜증날 확률이 높아진다.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라는 메시지는 1:1의 관계에서 유효하다. 아파트 단지를 돌면서 ‘제 이름을 불러주세요’라고 말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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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회를 빌어 저의 원치 않는 태깅에 짜증났던 분들께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씀 또한 드리고자 합니다. (태깅 피해자’ 분들에 대한 태깅은 생략하기로 합니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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