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와 문법, 좀더 말랑말랑하게 보기

여러 단어의 묶음과 숙어의 경계는 모호하다. 하지만 중학교 때부터 접한 많은 교재들은 단어와 숙어를 별도의 영역으로 생각하도록 만들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take advantage of”는 “~을 이용하다”라는 해석과 1:1 대응 관계로 제시되었고, 개별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 볼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선생님들 또한 이 해석을 통째로 암기시켰지, 분석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으셨다. 단어를 하나 하나 분리해서 보면 ‘~의 장점을 취하다’라는 의미가 확연히 드러나는 데도 말이다. (“take = 취하다”, “advantage = 장점” “of = 의”)

합성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학술적인 글에 자주 등장하는 “groundbreaking”은 ‘획기적인’으로 암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단어를 ‘ground + break + ing” 즉, “땅을 깨뜨리는”으로 분석해 보면 뜻이 더욱 확연해진다.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초석을 놓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땅을 파는 일을 “break ground”라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땅을 파지 않고 건물을 지으면 비바람에 진짜 무너질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해당 학문의 건축물에 해당하는 이론 혹은 연구 패러다임의 초석을 닦은 연구를 “a groundbreaking study”라고 부를 수있는 것이다.

어휘 뿐 아니라 문법도 말랑말랑한 면이 많다. 여전히 많은 문법서에서 who는 사람을 which는 사물이나 동물을 받는다고 설명하는 경우를 본다. 하지만 아래 첨부한 이미지의 책 제목들에서 볼 수 있듯이 “who”냐 “which”냐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는 동물이냐 사람이라기 보다는 필자가 “the cat”에게 어떤 지위를 부여하느냐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동화책의 주인공이 되는 고양이의 경우 압도적으로 “The cat who”가 많이 쓰인다. 고양이도 인간과 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주체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의인화된 고양이는 인간처럼 관계대명사 who를 거느릴 자격이 충분한 것이다!

여기에서 좀더 들어가면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 하는 철학적 문제까지도 개입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구글 N그램 뷰어에서 “the cat who”와 “the cat which”의 사용 추이를 보면 1970년대 이후 전자가 후자를 크게 앞지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그래프의 수치가 대중의 언어사용을 정확히 반영한다는 믿음은 경계해야 하지만 “the cat who”의 지속적인 증가 경향이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추이가 70년대 이후 동물권의 지속적 신장과 관련을 맺고 있다는 주장 또한 꽤나 설득력이 있다.

언어는 언어 사용자들의 언어행동을 제어하는 규칙체계(rules)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쓰려고 만든 연장(tools)이기도 하다. 이 점을 기억한다면 기존의 많은 문법, 어휘 항목들을 좀더 유연하게 설명하고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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