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강한 오늘이 아니어도

Posted by on Jun 17, 2016 in 단상 | No Comments

“어제보다 강한 오늘, 오늘보다 강한 내일”이라는 말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어제 어제의 삶을 살았고 오늘 오늘이 준 삶을 살았을 뿐, 삶의 어떤 부분이 강해졌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헤어져 보았다 해서 지금 헤어짐이 아프지 않은 것 아니고, 궁핍에 놓여 보았다 해서 지금의 궁핍이 즐거워지는 것은 아니다. 각양각색의 인간 군상들을 접해보았다 하여 나를 힘겹게 하는 사람이 사랑스러운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나는 결코 강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자신의 나약함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실수 투성이인 나. 할 일 까맣게 잊고 산책길의 아름다움에 홀리곤 하는 나. 한치의 실수도 인정하지 않는 “프로의 세계”에 들어섰고, 분으로 쪼개 시간을 관리해야 하는 무한경쟁의 시대를 살아가지만 나의 심장은 디지털 시계와 엇박으로 뛴다.

그래도 내가 살아남은 이유는 내가 사랑받아야 할 이유가 도무지 없음에도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있(었)다는 것. 수만가지 모양으로 나를 감싸 는 사랑을 알게 되었다는 것.

나는 강해지지 않았으나
약해짐으로 인해
더 큰 사랑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더욱 약해지길 원하며,
그렇게 사라져가고 싶다.

 

201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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