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흐리멍덩함에 대하여

Posted by on Jun 29, 2016 in 강의노트, 과학, 단상 | No Comments

인문사회과학 전반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교육 및 응용언어학 관련된 논의에서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명확히 제시되지 않는 개념은 많은 학생들에게 골칫거리다. 시험을 칠 땐 더더욱 그렇다. 학문의 큰 꿈을 품고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들은 학문의 ‘흐리멍덩함’에 더 깊이 실망하기도 한다. 나 또한 그랬다.

공부는 완벽한 정의를 내리는 작업이 아니라 더 나은 정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에 눈뜨게 되면서 정제된 이론이 아니라 ‘치고 받음의 역사’에 주목하게 된다. 내용(content)을 가능케 하는 방법론(methodology)의 중요성이 날로 커진다. 궁극적으로 이론과 현상은 따로 존재할 수 없으며, 고유의 방법론에 의해 그 관계가 설정되는 변증적 관계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흐리멍덩한 학문’의 근본적 한계는 삶이, 관계가, 언어가, 교육이 언어로 환원될 수 없는 총체적, 초다면적(超多面的), 역사적 현상이라는 데 있다. 언어가 모든 종류의 아름다움을 정의할 수 있다면 아름다움이 아름다움으로 남아 있을 것인가? 발달의 모든 측면들을 언어로 기술할 수 있다면 개개인의 고유한 삶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언어는 그저 엿볼 뿐이다. 세계를 한꺼번에 볼 수는 없으니 말이다. 참으로 다행이지 않은가? 말로 소진될 수 없는 그 모든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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