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명과 관사

일반적인 식사를 나타내는 표현들은 무관사를 원칙으로 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표현들입니다.

have breakfast / lunch / dinner (아침/점심/저녁을 먹다.)

그런데 특정한 식사를 이야기할 때에는 앞에 the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The lunch after the ceremony was just terrible.” (식후 점심은 정말 끔찍했어.) – 이 경우에는 “the lunch”가 되어야 하죠.

이런 용례는 정관사 the의 일반적 특성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특정한(specific) 식사’를 가리키는 말이니 ‘the’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부정관사도 쓰일 수 있습니다. 식사의 특징을 나타내는 표현의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보죠.

“They had a big breakfast.” (그들은 아침을 거하게 먹었다.)

개념상 여기에서 “a big breakfast’는 특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에 ‘big breakfast’가 엄청 많은데, 그 중에 하나를 먹은 거죠. 이것을 위의 ‘the lunch’와 비교해 보시면 좋습니다. 이때의 ‘the lunch’는 세상에서 유일한 사건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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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설명해 내는 것과는 별개로 일상적인 식사를 가리킬 때 적용되는 ‘무관사 원칙’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이때 가장 효율적인 것은 빠르게 읽어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have breakfast’를 빠르게 읽다 보면 ‘have’의 /v/ 발음이 약화되고 뒤의 /b/ 발음이 따라오게 됩니다. 이걸 반복해서 빠르게 읽어내면서 입에 붙게 만들고, 나름 설명을 해보는 겁니다. “Have의 /v/ 다음에 /b/ 발음이 바로 오네.’ 이렇게 말이죠. 이렇게 하다 보면 중간에 a나 the가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

#관사공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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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명과 관사 – 보충설명] 아래 식사에 대한 관사글에 최서희님께서 흥미로운 제보(?!)를 해주셨습니다. 한 네이티브가 ‘I had a dinner at a ballroom in the palace.’ 라는 문장을 사용하는 걸 보셨다고 말이죠. 이야기를 통해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1. 일단 식사명을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때를 생각해 봅시다. “나 점심 먹었어.” “저녁 먹었어?”와 같이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무관사 원칙이 상당히 잘 지켜집니다. “Did you have a dinner?”라고 물으면 굉장히 어색하다는 거죠. (저는 이런 문장을 들었다면 “Did you have two?”라고 농을 던질 거 같기도 하네요. ^^)

사실 한국어에서도 보통 ‘저녁 먹었어?”라고 하지 ‘저녁 한 끼 먹었어?”라고 물어보는 일은 없죠. 반면에 다른 사람에게 “언제 점심 한 번 하시죠.”와 같은 이야기를 건넬 수는 있습니다. 언어의 분류상 한국어에는 영어와 같은 관사 체계는 없지만, 용례상으로 비슷한 점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2. 그런데 위의 문장에서는 ‘at a ballroom in the palace”라는 수식어구가 붙어 있습니다. 특정한 상황이 주어지고 그 상황 하에서 저녁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이때에도 물론 관사 없이 “had dinner”라고 쓰는 원어민들이 존재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a’를 붙이는 게 상당히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왕궁에 있는 볼룸에서 저녁 한 번 먹었어.” 같은 느낌이랄까요.

일전에 제가 “관사 사용의 절대적인 법칙(rules)” 보다는 “맥락과 의도를 반영한 용법(usage)”을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린 것은 이런 취지입니다. 일상 생활에서 식사를 가리킬 때 관사는 쓰이지 않지만 특정한 상황이라면 (겉으로 보기에는 학교문법의 법칙에 어긋나는) 관사가 튀어나오기도 한다는 거죠. 무엇보다 거의 모든 언어규칙은 확률적(probabilistic)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관사공부중
#보충설명
#이렇게설명하면학생들은싫어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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