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사의 쓰임과 발화의 맥락

여행중에 처음 가보는 지역에 갔습니다. 은행을 찾고 있습니다. 길을 가다가 길을 묻습니다. 다음 중 어떤 표현이 적당할까요? 답을 생각해 보세요.

a. Where is the bank?
b. Where is a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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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입니다. ^^;;

큰 도시에 방문해서 번화가를 헤매고 있다면 둘 중에서 b를 택할 확률이 높습니다. 가까운 곳에 여러 개의 은행이 있으리라 가정하고, 그 중에 하나의 은행을 찾는다는 생각으로 질문하는 거죠. 따라서 “the bank”보다는 “a bank”로 기울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인구가 몇백 명쯤 되는 작은 도시라면 근처에 은행이 여러 개일 거라고 생각하는 건 무리입니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TV 시리즈 중에서 <Corner Gas>이 있습니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Dog River는 사방 60km 안의 유일한 주유소가 있는 작은 시골 동네입니다. 실제 지역은 아니고 작가가 만든 가상의 마을이죠. 만약 이런 동네에 가서 길을 걷다가 마을 주민에게 ‘은행이 어디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the bank”를 쓸 확률이 아주 높아집니다.

그렇다면 ‘애매한 경우’도 있을 거 아니냐고 물으실 분들이 계실텐데요. 원어민들에게도 분명 애매한 경우가 있습니다. 확실치 않을 경우에는 “Where is the bank?”와 “Where is a bank?”의 사용이 갈릴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대규모 조사를 해보진 못했지만 두 명의 언어 전문가 원어민이 ‘애매한 경우가 있다”는 답을 해주었습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관사의 쓰임이 텍스트 내부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상호작용하며 역동적으로 정해진다는 사실입니다. 여러 번 강조했듯이 관사의 선택에는 텍스트의 규칙을 넘어 화자의 의도 및 발화의 상황이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관사공부중
#무조건정답은없음
#뭣이중하냐고의도와상황이중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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