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학생의 관계, 왜 변해야 하나

‘교사-학생 관계가 변해야 한다고들 한다. 그런데 교육 주체들이 전통적 권력관계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교실의 변화를 논의함에 있어 피할 수 없는 이 질문에 대해 혹자는 ‘학습 효율성의 제고’라고 답할지 모른다.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권위가 무너질 때 학생 개개인의 지식과 정보 습득이 더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나는 학습효율의 제고가 교사-학생 권력관계의 변화가 성취해야 할 핵심적인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교사–>학생’이라는 일방적 위계를 깨야 하는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학생과 학생 사이의 위계를 깨고 배우는 자들의 자유로운 공동체를 이루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좀더 살펴보자.

학교는 철저하게 이중적인 성격을 지닌다. 먼저 학교는 ‘사회경제적 모순의 집합소’다. 빈부격차, 지식과 경험, 외모와 지능의 차이가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는 공간인 거다. 하지만 학교는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점유하는 사람들의 모임이기도 하다. 차이의 힘이 공동체의 근간을 뿌리채 흔들게 놔둬서는 안되는 ‘사회’라는 말이다. 이 사회가 유지되고 진화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개인들’이 ‘평등한 권력관계’라는 플랫폼 위에 놓여져야만 한다. 이 플랫폼이 무너질 때 학교는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고 직업훈련소로 전락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 학교가 변화해야 하는 이유만큼이나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자본주의 양극화의 모순’을 넘어서기 위한 학교교육의 변신을 고민해야 한다. 학교는 사회를 반영하는 사회이지만, 기성사회와는 다른 새로운 사회의 모습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처음 문제로 돌아가 보자. 교사-학생 권력관계의 변화가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나는 학교의 역할이 ‘사회가 필요로하는 지식의 전달’만큼이나 ‘구조적 모순을 담지한 학생들간의 관계를 민주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고 본다. 교사-학생 관계의 변화는 이러한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촉매가 될 수 있다. 제도적으로 명백해 보이기에 당연히 인정해야 할 것 같은 교사-학생의 수직적 위계가 깨져야만 사회문화적, 경제적 차원에서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학생-학생간 불평등이 전복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문제는 교사-학생간의 권력관계가 학생과 함께 배우려는 교사들에 의해 전복되지 못하고, ‘소비자로서의 학생 권익’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적 힘에 의해 재편되고 있다는 현실이다.

이 점에서 ‘학습효과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가 아니라 ‘평등한 인간들의 소통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교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식과 정보의 교환소가 아닌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가꾸어가는 토양으로서의 교실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학교교육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나이브하다. 하지만 교육이 자본주의적 변화를 그대로 받아안아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천만하다. 전자의 폐해는 나이브한 이상주의자의 몫이지만, 후자는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에 직격탄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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